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스터트롯’ 김호중 “좋은 노래 부르는 좋은 가수 되겠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미스터트롯’에서 예선 진(眞)과 최종 4위를 차지한 김호중(28)을 만났다. 방송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더 단단한 청년이었다. 그는 ‘미스터트롯’을 통해 성악가에서 트롯 장르로 변신했다. ‘태클을 걸지마’ ‘천상재회’ ‘고맙소’ 등을 부르며 탄탄한 기본기와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자신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음색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어떻게 해서 곡마다 다른 분위기와 다른 색깔을 입혀 감동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내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다. 김호중은 “무대에서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노래를 ‘미스터트롯’에서 꽤 불렀다”고 했다. 그의 실험정신은 충분히 칭찬해줄만하다. 이 때문에 김호중을 좋아하는 팬덤이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도, 40~50대 어머니 팬들이 사무실로 찾아올 정도였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행복하다. 요즘 적응이 어렵다. 하늘과 땅 차이다. 반면 조심해야 할 행동도 많다.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시니까 목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나 자신을 돌봐야 한다.”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진 김호중은 보통 가수가 지니기 힘든 성악(테너)이라는 베이스가 있어 적절한 지점에서 성악 소리와 트롯 소리를 툭 내며 그만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팬들은 이 점을 특히 좋아한다. 김호중을 ‘천상의 목소리 트바로티’라며 ‘미스터트롯’의 품격을 올려줬다고 한다. 팬카페에는 품격 있는 음악을 하는 김호중에게서 편안함과 행복감, 감동을 느낀다는 글들이 많다.

“제 팬클럽 이름은 '트바로티', 팬명은 '아리스'다. 팬들은 저를 별님으로 부른다. 팬들은 수많은 작은 별들이다. 팬카페에서 김치와 고기 등 몸에 좋은 걸 너무 많이 보내 주셔서 살을 9㎏ 뺏는데, 몸무게가 다시 올라가려고 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울산에서 태어난 김호중은 중학교 3학년때 좋아하던 가수 김범수의 ‘약속‘ ‘보고싶다’를 듣기 위해 CD를 사러간 매장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를 듣고 성악에 매료됐다.

“성악 장르를 아예 몰랐다. 성악가는 축구장 등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김범수 CD 대신 파바로티 CD를 사 처음 들었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대구 경북예술고에 진학했지만,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김천예술고로 전학을 갔다. “부유한 집은 아니고, 평범한 집 외동아들이었다. 10살때 부모님이 이혼해 친할머니가 저를 돌봐주셨다. 폭력써클에 가담한 건 아니고 학교 밖을 떠도는 꼴통 학생 정도였다. 당시에는 부모님에 대해 원망하기도 했다. 남들이 가족여행, 가족활동하는 게 부러웠다. 부모님이 모두 재가하셨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하고, 경상도쪽으로 공연을 가면 부모님이 제 공연을 보러오시기도 한다.”

김호중은 2008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박수받는 사람이 되어라, 인사만 잘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내가 죽어도 하늘에서 지켜볼테니 꼭 바른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을 남겨 마음을 다잡고 성악에 매진했다. 그는 한양대 성악과 재학시절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음악 유학을 떠났다. 2009년 ‘스타킹’에 고딩 파파로티로 출연했던 영상을 본 한 독일 교포가 레슨비와 숙소를 제공해줬다.

김호중의 가정사와 음악공부 얘기를 듣다 ‘미스터트롯’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우선 왜 성악에서 트롯으로 변신했는지부터 물었다.

“우연히 ‘미스트롯’을 보다가 나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아나운서, 개그우먼, 국악을 하다 출연한 분들이 있었다. 남자편을 하면 나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지원했다. ‘미스터트롯’ 제작진으로부터 5번째로 참가 신청했다고 들었다.”

이어 그는 “미스터트롯 출신이라고 트롯만 하는 게 아니다. 남진 선배님도 록발라드가 될 수 있다. 성악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재즈, 발라드, 탱고 등도 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좋은 노래를 부르는 좋은 가수가 되고싶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는 장르를 따지지 않는다”면서 ”독일 유학도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간 건 아니다. 파바로티도 마이클 볼튼 같은 대중가수와 콜라보를 한다. 2013년 낸 저의 디지털 싱글 ‘나의 사람아’는 발라드 같고 2절은 성악 같이 들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스터트롯’에서 위기의 순간은 없었는지 물었다.

“매회가 힘들었다.‘태클을 걸지마’ 이후 팀미션은 특히 그랬다. 솔로로만 했으니, 각자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고재근, 이찬원, 정동원 등 팀원들이 모두 타장르부여서 쉽지 않았다. 부담을 지니고 나갔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남는 게 많았다. 매회 위기였지만, 분명 얻는 게 있었다.”

김호중은 '감성 히어로' 임영웅과 동갑이라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는 임영웅에 대해 “들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노래 할때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임영웅이 따스하게 옆에서 이야기 해주는 건 내가 못가진 무기다. 우리가 (영웅 노래를) 제일 먼저 듣는다. 제일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수한 음색을 지닌 '찬또배기' 이찬원에 대해서는 “무슨 옷을 줘도 자기 옷으로 소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이찬원과 얼마전 제대한 김희재가 자신과 함께 모두 고향이 울산이라고 했다.

김호중의 음악 공부법은 많이 듣는 것이다. 스승에게 배우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듣는 것으로 음악을 익혔다. 성악곡도 피아노 앞에서 연습하지 않고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많이 들었다고 한다. “많이 듣는 게 최고의 연습법이자, 몸에 익숙해진 연습법이다”

새로운 노래에 대한 도전정신과 실험정신 또한 충만하다. 만약 2014년 Mnet ‘트로트 엑스’에 나왔다면 강력한 우승후보였을 것이다.

김호중은 ‘짝사랑’과 7명이 겨루는 결승 1라운드 ‘바람남’에서 점수가 별로 좋지 않았다. ‘짝사랑’은 원곡가수인 주현미도 “매미가 산들산들 나비가 되어야 한다”며 힘들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도했다.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파트가 썩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았다.

윤명선이 작곡한 ‘바람남’의 마스터 성적도 낮았다.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결국 김천 예술고 은사를 생각하며 완전히 힘을 빼고 부른 결승 2라운드 ‘고맙소’로 완전히 만회했다.

“‘바람남’이 7명중 마스터점수가 꼴찌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윤명선 작곡가님의 전주를 듣고 울었다. 윤명선 작곡가님은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평생 내가 불러나가야할 곡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현장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물론 점수는 받아들인다.”

김호중은 “김천 예술고 은사님은 평생 은혜를 갚아나가야 할 분”이라며 “처음엔 트로트를 한다고 하니, 속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선샘님은 ‘내가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인데, 그러면 안되지’ 하면서 제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느낌과 좋은 점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무정블루스’는 특히 좋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평소 낚시와 독서를 좋아하는 김호중은 최근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호중은 “도전보다 변신, 내가 하고픈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서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최백호 선생님의 콘서트를 봤다. Q&A 시간에 한 여성 관객이 어릴때 '제 아버지의 가수였는데, 어느덧 제 가수가 되어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얘기가 제 머리를 ‘땡~’ 하고 쳤다. 최백호 선생님은 재즈도 하고, 아이유와 콜라보도 한다. 엄마 따라 온 어린 자녀가 훗날 제 공연에 와서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수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