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흡혈귀 정치” vs “트럼프 도울 비자금”… 美 의회서 막힌 2500조짜리 부양책
이틀 연속 상원 절차투표서 패키지 부결
공화, 코로나 관계없는 사안 끼워넣기 민주 공격
"국민의 희망과 도움을 빨아 먹는 것" 맹비난
민주, 재무장관 재량 5000억달러 이해상충 맞불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2조달러(약 254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패키지)을 담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처지에 공화·민주 양당은 거친 말을 동원해 으르렁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을 떠받치려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하지 않았던 회사채까지 매입한다고 발표했지만 허사였다. 정치 미작동의 원인엔 보수·진보간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한 고비 넘기더라도 사회를 양분하는 간극을 좁히긴 어려울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패키지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을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절차투표를 했는데 찬성 49표, 반대 46표로 부결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부결이다. 절차투표 통과엔 상원 의원(공화 53명·민주 45명·무소속 2명) 60명 이상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 더그 존스 상원의원(앨러배마)이 찬성의사를 밝혔지만, 공화당에선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의원이 5명이어서 초당적 합의가 없으면 애초부터 통과가 쉽지 않았다.

상원의원 투표와 별도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화·민주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리란 전망도 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기자들에게 “협상은 오늘 밤에도 안 끝날 것”이라고 했다.

패키지 내용 곳곳이 지뢰밭이다. 앞서 이달 5·18일 의회를 통과한 1·2단계 구제안 대비 국민 대상 현금 지급·피해산업 지원 등 경제 지탱을 위해 필수적인 안이 포함돼 있다. 액수만도 2조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공화당 쪽에선 민주당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사안을 넣으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예컨대 노동조합에 전례없는 협상권을 부여하고, 풍력·태양열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짐 클리번 하원의원이 “우리 비전에 맞게 여러 사안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말한 게 전해지면서, 공화당 측에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노리는 이념적 요구를 민주당 측이 한다고 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의회를 찾아 코로나19의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부양책과 관련해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마친 뒤 걸어가고 있다. [AP]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투표에 앞서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엔 “민주당은 미국인들이 그 어떤 때보다 희망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데 그것을 빨아먹는 뱀파이어(흡혈귀)정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패키지의 세부사항을 놓고 ‘비자금(Slush fund)’이란 단어를 쓰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원책이 모호하거나 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게 비난의 골자다. 부자는 더 부유하게 만들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엔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화력은 5000억달러 규모의 피해산업 지원방안 비판에 모아졌다. 재무장관 재량에 따라 지원 산업·액수가 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호텔·리조트 등에 관광 산업 지원 명목으로 거액을 줄 길이 열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비자금이라고 한 이유다. 기업이 직원들 고용을 최대한 유지토록 해야 한다는 패키지 내 문구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기업이 구제기금을 받으면서도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하기 때문에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패키지가 언제 통과할지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타결 쪽으로 가고 있다. 아주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며칠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국민 건강·국가경제가 달린 엄중한 사안인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정치적 부담을 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