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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아쓰기, 머릿속엔 왜 남는 게 없을까?

흔히 사업계획을 발표하거나 특정 주제의 강연을 할 때 텍스트로 된 두툼한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를 보게 된다. 상세한 자료에 발표자나 청중 모두 만족스러워하지만 이는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 자료를 읽느라 발표자의 얘기를 듣지 못할 공산이 크다. 우리 뇌는 두 가지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료를 읽을 때 뇌는 이를 ‘뇌의 음성’으로 전환, 청각피질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발표자의 소리와 자료를 읽는 청각 정보가 병목현상을 일으켜 듣는 것과 읽는 것을 오락가락하다 둘 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 박사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에서 뇌과학을 통해 제대로된 학습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들려주는데, 일상의 잘못된 습관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가령 노트필기의 경우, 상대의 말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적는 경우와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이해한 걸 적어나가는 것 중 어느 쪽이 좋을까.

저자는 이를 ‘얕은 필기’와 ‘깊은 필기’로 구분한다. 얕은 필기는 귓전에 울리는 모든 소리를 노트에 담는 방식으로 이런 경우, 병목현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오직 귀를 때리는 소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 것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 데에 있다. 속기사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깊은 필기는 단어가 아니라 단어들을 이치에 맞게 만들고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도출하는 데 신경을 쏟는다. 따라서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고 상대방으로부더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을 감소시킨다. 대신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기억을 강화시킨다.

종이책과 디지털책은 어떤가. 기억과의 상관성은 분량이 두 페이지 이내일 때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두 페이지 이상이면 인쇄물이 디지털 파일 보다 학습력 면에서 능가한다. 종이 출력물은 변하지 않는 3차원 공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 정보는 장소세포를 이용해 기억의 일부를 형성하고 정보를 꺼낼 때 단서로 작용한다. 이와 달리 전자책은 스크롤바로 돼 있다면 최악이다.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기능이 있더라도 여전히 인쇄물에서만 존재하는 3차원의 깊이를 확보하지 못한다.

저자는 상대방에게 나를 깊이 각인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대화의 방법이 아니라 과학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뜨겁게 반응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기꺼이 열어 보이는지, 어떤 것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어떤 것에 깊이 영향을 받는지 12개 매커니즘을 탐구한다. 시각과 청각을 활용하는 법, 일관성과 예측불허, 다양한 환경과 오류를 활용한 학습법 등 기억의 매커니즘을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해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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