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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독전문의가 말하는 ‘약 안먹고 중독치유하기’

마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국에선 매일 115명이 약물 과용으로 사망하고,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한 해 8만8000명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도 최근 마약밀수· 밀매가 급증하면서 수 만명에서 수십만 명이 약물중독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약물 중독 외에도 게임, 도박, 스마트폰 중독 등 중독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페어스타트라는 통합의학적인 중독 치료 클리닉과 소아과 병원을 운영하고, 30년 이상 중독전문의로 활동해온 폴 토머스박사에 따르면, 중독은 중독자의 잘못도 의지가 박약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성격이나 의지 때문에 유방암이나 천식, 주의력결핍장애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독을 ‘그 사람 잘못’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의학계는 이를 뇌의 보상과 동기부여, 기억과 관련한 전기회로에 문제가 생긴 만성 뇌장애로 본다.

토머스 박사는 ‘나는 중독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학고재)에서 먼저 중독의 실체를 알려주는데 , 그 중 우리고 갖고 있는 잘못된 믿음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흔히 아이들이니까 술 한잔 쯤 괜찮다고 여기지만 이는 위험하다. 성장중인 뇌는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끊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중독은 언제나 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오산이다. 뇌를 아예 바꿔버리기 때문에 중독자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고, 점점 더 중독의 깊은 단계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 자신 알코올중독자로 중독의 열차에서 탈출하는 데 13년이 걸렸다. 청소년기 불안과 초조를 해소하기 위해 입에 댄 술이 점점 강도가 심해져, 의대시절엔 중등 정도로, 소아과 의사 시절엔 중독자로 진행됐다. 끊으려고 결심해도 다시 돌아가길 반복했다. 그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그가 만난 게 통합의학이었고, 중독은 의지나 한 알의 알약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꺠닫게 된다.

저자 닥터 폴의 치유법은 통합적 접근법이다. 중독 스펙트럼의 단계에 맞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것이다. 먼저 누구나 중독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중독 스펙트럼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면, 가족의 죽음이나 질병 등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중증의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

치유의 핵심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있다. 주류의학에선 비이성적이라고 경시하지만 약물 남용으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고 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저자의 경험칙이다. 말하자면 몸을 바꿈으로써 망가진 뇌를 되돌려 놓는 것이다.

저자는 각 중독별 단계별 검증된 치유전략을 상세히 소개해 놓았다. 필로폰과 각성제 중독, 술에 취한 뇌, 대마초, 게임, 도박, 인터넷 중독 등 원인·증상과 함께 '닥터 폴의 처방'이란 코너를 통해 몸과 마음을 해독, 치유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여기에는 약물처방은 제외되는데, 이들이 오히려 남용결과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땅에서 나는 건강한 음식 먹기를 비롯, 소셜미디어 등 독이 되는 사람과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스트레스 줄이기, 생활습관을 바꾸고 보충제로 체내 비타민D 수치 높이기, 매일 운동으로 정신적, 신체적 건강 유지하기, 생기를 되찾게 해주는 양질의 수면 , 장내미생물군을 바로 잡기,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관계 맺기 등 한다미로 ‘변신’ 프로그램이다.

책은 다양한 중독의 사례와 회복과정, 실패를 수용하는 법 등을 소개함으로써 중독의 올바른 이해와 함께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나는 중독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폴 토머스, 제니퍼 마굴리스 지음, 조남주 옮김/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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