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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무대를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춤...공간이 주는 영감과 예술의 감동에 빠지다

전통적인 극장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연은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면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 2월 21일과 22일 양주 오랑주리 식물원 카페에서 ‘2020 뫔당스컴퍼니(MWAM Danse Company) 스토리 컬렉션3’ ‘파라다이스’가 공연됐다. 뫔당스컴퍼니(예술감독 박준희·사진)는 마음을 담은 몸의 움직임이 곧 ‘춤’이며, ‘몸과 마음이 함께 춘다’라는 모토(motto) 아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영감을 주는 장소를 찾아 그곳의 상황이나 배경에 어우러지는 작품을 창작하고 공연해오고 있다.

이 공연은 뫔당스컴퍼니의 예술감독이 휴식을 위해 찾은 오랑주리 식물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공간에서 오는 뜻밖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한 영감의 공간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천국은 있는가. 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동반하며, 그에 대한 답을 사람에게서 찾고 있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천국이라는 환상의 공간과 그것이 인간으로부터 형성되는 파라다이스임을 깨닫는 과정이 그들이 공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카페에 도착했을 땐 갖가지 나무와 꽃으로 멋스럽게 조성된 큰 정원이 눈을 사로잡았다. 사이사이에 놓인 테이블에서는 친구, 연인, 가족 동반 손님들이 차와 커피를 마시며 주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다섯 명의 무용수(박준희, 소광웅, 이세미, 김샛별, 양세린)가 등장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소리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작은 조명하나 의지할 곳 없는 공간, 무용수에게 있어 평평한 형광등만 가득 비추는 공간은 어쩌면 무대에 서는 것보다도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의연하게 손님들 사이를 지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크게 점프를 하는가 하면, 바닥을 구르기도 하고 손님들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다. 어색해하던 손님들도 태연한 무용수들의 모습에 이내 공연에 몰입했다.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인간의 관계와 그 속에서의 마찰 그리고 회복의 단계적 표현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감정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무용수 모두가 베이지 톤의 의상을 입은 것은 그들이 남성, 여성이 아닌, 그저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일 터이다.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무용수들이 표현해내는 직관적이고도 추상적인 몸짓은 자연이라는 아름다움과 때 묻지 않은 깨끗함을 넘어 어떤 성스러움 마저 느껴졌다. 넓은 공간 한 가운데에 놓인 빨간 스탠드 마이크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밀어내거나 붙잡고 또는 서로를 들어 올리며 컨텍하는 움직임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무용수들의 목소리와 함께 점점 빨라지면서 클라이막스를 암시한다. “영혼.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 이렇게 사람이 천국이 되다”의 ‘파라다이스’ 속 독백은 그들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던 춤이 무대를 벗어나 현실적인 환경에 배치된다는 것은, 보다 표현에 진실함을 담아내겠다는 의도와 함께 여러 가지 흥미로운 광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초록 식물로 둘러싸인 카페는 자연이 숨 쉬는 아름다움과 인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표현하는데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됐다. 이 날 오랑주리 식물원에 온 손님들 또한 공간이 주는 영감과 예술이 주는 감동이 서로 결합된 가운데, 자연의 무성함과 인간의 안락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주말을 보다 깊이 만끽할 수 있었다.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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