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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십장생 ‘붉은 해’에 희망을 채우며

불과 빛이 끊이지 않는 태양이 인간을 탄생시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현재, 21세기까지 무한히 계속된 인간의 발전은 태양에서 비롯된 불, 빛을 이용한 천연 에너지에서 비롯돼 왔다.

약 180만년 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불을 다룰 수 있었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를 시작으로 인간은 불을 이용하는 화식(火食)을 함으로써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해부학적 진화·발육을 앞당길 수 있었다. 아마 인간은 화식에서 사용한 불을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알게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대 국가 중 하나로,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도 태양력을 이용해 농번기의 적절한 시기를 알아냄으로써 농경 사회로 발전을 이룩해 나라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 현상의 무한한 범위는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 온 인간에게 아직도 다 알아 갈 수 없는 ‘우주의 은하수’와도 같다. 태양 등 공존하는 천체들의 예기치 못한 자연현상 속에서 인간은 때로는 무엇 하나 손쓸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시대를 살아내야만 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에게 닥쳤던 가혹한 시련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연의 이변으로 봄날의 곡식을 모두 얼려 버리는 급작스러운 냉해, 나라님에게 원성을 안겼던 여름의 가뭄과 가을의 태풍, 심한 물난리 후 몰려드는 기근…. 그중에서도 역병, 전염병의 악순환은 조선의 어느 임금도 비껴가지 못했던 자연의 큰 재앙이었다. 특히 전염병은 생명과 직결되기에 여러 시련 중 가장 무서웠다.

인간이 갖게 되는 모든 병은 인간에게 생존의 나약함을 끌어낸다. 동시에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두려움을 채워 넣기 마련이다. 전염병에 대한 마땅한 치료약이 없었던 당시,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무서운 공포를 극복해야만 했다. 때로는 간절한 염원을 품고 애가 타도록 하늘에 빌어야 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십장생도(十長生圖)’도 조선 초기 왕실과 사대부들이 갖고 있던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염원으로 시작됐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에게 확산되면서 보다 자유롭고 해학적인 표현으로 회화의 범위가 넓어졌다. 십장생도를 보면 해(태양)를 비롯, 물·달(또는 구름)·산·돌·소나무·불로초·거북·사슴·학처럼 생사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연물과 장수하는 동식물이 한데 모여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봄날의 평온한 풍경을 보는 듯하다.

십장생의 생동감 있는 모습과 고운 색채는 백성들에게 병치레 없이 무탈할 수 있는 예방약이자, ‘위로의 씨앗’이 됐다. 그림 안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망이 담겨 있다. 긴 삶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는 거북, 매일 끊기지 않고 솟아오르는 붉은 해 등 생명에 대한 희망이 강하게 물들어 있다.

10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 발생한 지 정확히 50일이 됐다. 코로나19로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확진 환자들, 이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진, 담담하게 일상을 사는 모든 국민에게 간절한 생명력이 담긴 십장생의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 십장생, 그중에서도 붉은 해에 심신의 회복을 위한 희망을 채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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