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나오미 앨더만 지음,정지현 옮김,민음사)=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불평등에 둔감해진 여성들을 자극했다는 점일 것이다. 법적·사회적으로 여성의 위치가 올라가고 보장됐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무감각을 찌른 것이다. 그렇다면 가부장제 사회처럼 여성이 권력을 갖는 사회가 되면 세상은 어떨까. 앨더만의 판타지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갑자기 전 세계 십 대 소녀들 사이에서 전기를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이 급속도로 퍼지는데, 이런 현상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성인여성들도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갖게 되면서, 순식간에 기존의 성역할이 역전된다. 성차별, 성폭력, 유리천장, 여성 할례, 인신매매와 매춘, 강간 등이 일거에 뒤집어진다. 소설은 이미 여성 중심 사회, 가부장제에 대비되는 ‘가모장제’가 자리잡은 지 수천 년이 지난 일종의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밖의 주인공인 나오미와 닐은 소설 속의 소설인 ‘파워:역사소설’을 놓고 논쟁을 주고 받는데, 문학권력인 여성작가 나오미는 ‘남류 작가’ 닐이 각종 사료를 통해 과거에 가부장제 사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역사의 거죽을 뒤집어쓴 허튼 소리라고 일축한다. 소설은 뒤바뀐, 그러면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세상을 통해 현실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준다.

▶조니 미첼 삶을 노래하다(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을유문화사)=‘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죠니 미첼의 독특한 음악세계와 ‘인간 조니’의 삶을 다룬 평전. 영문학 박사인 저자가 10년 동안 발품을 팔아 미첼의 지인들을 인터뷰하고 특별한 인연이 있는 여성가수들로부터 오랜 기억을 끌어내 생생하고 다채로운 미첼의 전모를 조명했다. 1960년대 비틀즈, 밥 딜런 등 새로운 대중음악의 시대에 여성의 이야기를 내세워 대중음악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꼽히는 미첼은 캐나다 시골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춤, 그림, 음악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이 컸다. 지역 클럽과 거리를 전전하며 무명시절을 보낸 그는 미국에서 몇 곡의 자작곡이 현지 음악관계자의 눈에 들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70년 싱글 ‘Big Yellow Taxi’로 포크게 신성으로 떠오르게 된다. 1970년대 이후 재즈로 돌아선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거나 오해했던 사실들을 밝혀내는데, 어릴적 발병한 소아마비, 뜻하지 않은 출산과 입양, 힘겹게 감내한 데이트폭력 등 순탄치 않은 개인사를 비롯,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충격적 첫 만남 등 야사를 아우러낸다. 특히 레너드 코언, 그레이엄 내시, 잭슨 브라운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연애담은 음악 활동 못지 않게 흥미롭다.

▶식사에 대한 생각(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음식 혁명 덕에 먹을 것이 넘쳐나고 얼마든지 선택해 먹을 수 있지만 갈수록 나쁜 선택을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육, 달달하고 기름진 빵과 스낵, 설탕이 잔뜩 들어간 요구르트 등을 무의식적으로 과소비하고 있다.더군다나 다이어트 열풍으로 먹는 것을 죄악시하는 등 먹는 것에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둘 다 성인병과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저자는 자신이 먹는 것들을 꼼꼼히 살피며 식재료의 균형과 다양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식단은 절대량이 아니라 비율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백질의 섭취를 늘리길 저자는 권한다. 비만이 단백질 부족의 증상이라는 주장이다. 즉 정제 탄수화물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단백질 비율이 전체 에너지 섭취량에서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 몸은 단백질이 부족하면 탄수화물을 통해 나머지를 보충하려 하고 이는 과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함께 슈퍼푸드 대신 다양하게 먹기, 충분한 식사시간 갖기, 간식 보다 식사에 집중하기 등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을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