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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칫 집값 자극할라” 금리 전격 동결
한은, 4월엔 기준금리 내릴까
‘꿩 대신 닭’ 피해기업 자금 지원
한번만 더 내리면 ‘제로금리 시대’
4월 금통위원 절반 교체 변수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인정하며 성장률 전망까지 내렸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들여다보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 자칫 집값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판단임을 엿볼 수 있다. 다음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4월 금통위에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때마침 4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되는 시점이어서 예측이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충격이 확대되는 양상인 만큼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지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발병 즉시 인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최저로 내려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또 한번 인하할 경우 향후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첫 임기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경기부양정책이 펼쳐질 때 기준금리를 내려 집값을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꿩 대신 닭’으로 금통위는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는 수준의 대응 조치만 내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결정의 배경은 부동산”이라며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점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니까 유동성 흐름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시작됐고, 중국과 미국은 물론 유로존 경제에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의 성장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은 이제 시간문제인 카드가 됐다. 일단 4월 인하설이 유력하다.

한은이 한 차례만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사실상 ‘제로금리(0%대)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대 경제국 가운데 네 번째로 기준금리가 낮은 나라다. 유로준을 단일 국가로 봤을 때 우리나라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일본, 유로존, 영국 모두 제로 금리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캐나다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한 제로금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0.25%p 인하로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금리를 1.25%에서 1.00%로 내린다고 하더라도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저금리이기 때문에 큰 효용이 없다”며 “금리 인하는 자본비용을 낮춰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투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아 경기 활성화 효과도 적다”고 말했다.

변수는 금통위원들의 임기다. 현재 7명의 위원 가운데 이 총재(금통위 의장 겸임)와 윤면식 부총재(당연직), 지난해 5월 임명된 임지원 위원을 제외한 4명(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의 임기가 오는 4월20일 만료된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원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1998년 금통위원이 상근직이 된 이 총재를 제외하고는 연임한 사례가 없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4월 금통위는 9일 열린다. 임기를 열흘 가량 앞둔 금통위원들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얼마나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이라서 용감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되돌릴 기회가 없는 만큼 더 신중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금통위에서 일단 기준금리를 내리 지 않은 것에 대해 추후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서경원·이승환·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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