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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여권(與圈)이 해선 안 될 두 가지

요새 정국에서 여권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사안이 있다.

여당이 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일은 바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이다. 과거 미래한국당이 창당했을 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종이 정당이고, 창고 정당이며, 위장 정당이고, 한 마디로 가짜 정당”이라며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새 보면 자신들도 위성정당 창당 대열에 동참하려는 것 같다.

그 발단은 손혜원 의원과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이 제공했다. 지난 21일 윤 전 실장이 “(미래통합당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꼼수정치를 하고 있다”며 “꼼수는 결국 원칙을 이기지 못하지만 선거에서 민심 왜곡 우려가 있는 등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자, 23일 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하고 패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이라며 힘을 보탰다. 지난 24일에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이 원내대표는 “그건 우리 입장이 아닌데 여러 의병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고, 홍 대변인 역시 “정당 창당은 굉장히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하시겠다고 하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앞서 손 의원이나 윤 전 실장의 언급과 당 지도부 발언의 차이가 있다면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며 “당이 지원하거나 연계해서 뭘 하거나 이런 가능성은 현재로는 없다”고 한 정도다. 그러니까 당 지도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직접 간여는 하지 않겠지만 용인은 하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의병’들이 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의 비례 혹은 불출마 의원들이 해당 신당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당 투표 기호를 1번이나 앞 번호로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의원 개개인의 자발적 의사라고 주장하며 해당 정당은 ‘의병과 헌신적 자발성’의 연합체이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강변할 게 분명하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난리를 치면서 선거법을 통과시킬 때는 마치 자신들이 희생하는 것인 양 주장하더니, 이제는 당 밖의 ‘의병’들이 비례정당을 창당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있으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이런 행위는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것과는 구별된다. 통합당은 선거법 논의에서 아예 제외됐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선거법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방어 수단으로서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고 변명할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우겨 통과시킨 선거법을 스스로 깨려 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래서 해도 너무한 꼼수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당은 위성정당을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권이 해선 안 될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선거 연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만일 여권이 호응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정부는 전염병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기 어려운 이유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타격과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 가능성을 꼽은 바 있다. 지금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고, 여기에 선거까지 연기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눈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고, 경제적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선거 연기는 전염병으로 불리해진 여당의 꼼수라는 말이 야당에 의해 제기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또다시 극단적인 분열 상태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입법부 부재 상태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여당과 정부는 국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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