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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초비상]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초기 대응이 화 키웠다
청와대 ‘짜빠구리 오찬’한 20일 청도대남병원서 첫 사망자 발생
WHO 경계·신중 태도 보일때 문 대통령 “머지않아 종식될 것”
정 총리 “보통사람은 마스크 안 써도 된다…금방 정상화 될 것”
홍 부총리 19일 “외식 독려” 14일 “지나친 공포심으로 경제 위축”
추미애 법무 “중국 입국자 합리적 실효적 차단…중국 정부 긍정적 평가”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대구 경북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은 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 때문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펼친 것이 종교집단 등 사회 일각의 부주의를 부추기고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전경 [헤럴드DB]

24일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상황이 지금처럼 최악으로 치닫기까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사태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입장으로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탓에 사전 방역과 지휘 역할에 나서야 할 중앙 부처와 기관들이 뒤로 빠지면서 결국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정부는 23일에서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 가동하면서 범정부차원에서 총력대응에 나섰다.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 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불과 며칠전 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 제작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른바 ‘짜파구리 오찬’을 가질 때와는 판이한 상황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수상을 치하하고 “꿈 같은 일”이라며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은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한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무증상 감염’ 얘기가 나오고 사스, 메르스보다 전염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충분히 관리가능하다. 아직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불안감을 감추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계 대응’ 간담회에서는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13일 서울 신촌명물거리를 방문해 “보통 사람들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나 공기가 탁한 곳이 아니면 (굳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무슨 일이 있으면 (매출이) 쪼그라들었다가 금방 정상화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 [헤럴드D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안일의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19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회식은 주52시간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며 외식 독려에 나섰다. 14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지나친 공포심과 불안감으로 인한 경제소비심리 위축이 크다”며 “정상적인 경제소비활동을 해달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후베이성 등 일부지역만 입국을 제한한 것을 두고 “아주 합리적이고 실효적으로 차단했다”며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동맹국인 미국의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햇다.

여당에서는 정부의 방역 성과만 강조하며 지역사회 감염 공포가 커진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방역 대응이 안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낙관론을 펼쳤고, 14일에는 “우리 방역당국의 성공적 대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23일 확진자가 급증하자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애초부터 계속 요구해온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데 그간 정부의 상황인식과 대처는 너무 안일하고 소극적”이라며 “정부의 대책은 매번 골든타임을 놓친 ‘뒷북 대책’이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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