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셀프환자 선언’ 거짓말·무료배포 마스크 판매상…사회불안 탄 ‘도덕 불감증’ 확산
“사회불안 악용해 개인 사사로운 이득 챙기려는 이기심 발현” 분석
“신종 코로나 유행 장기화·흉악범죄 난무 탓 단순 거짓말엔 무감각”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가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추격전을 연출한 유튜버.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가짜 뉴스에 이어, 스스로 환자임을 선언하는 거짓말이 횡행하고 무료 마스크를 중고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안을 악용해 개인의 이득을 챙기려는 이기심의 발현인 동시에, 흉악 범죄가 난무하면서 단순 거짓말에는 무감각해진 세간의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내가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며 이른바 ‘셀프 환자’ 선언을 하는 환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행패를 부리다 체포된 20대 남성이 홍익지구대로 끌려오자 갑자기 기침을 하면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다”고 꾀병을 부렸다. 이에 보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체온을 측정했으나 별다른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울산 동부경찰서는 택시기사에게 “나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다”라고 선언한 40대 승객에게 경범죄처벌법(업무방해)을 적용, 즉결심판에 넘기기도 했다. 지난달 광주 지역에서 “중국에 다녀왔는데 폐렴에 걸린 것 같다”고 119에 장난으로 신고 전화를 건 20대 역시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 심리에 편승해 의도적인 추격전을 촬영, 조회 수를 높이려는 유튜버도 있었다. 지난달 말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에서는 흰색 방진복을 입은 사람과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영문도 모른 채 추격전을 지켜본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가 아닌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알고 보니 구독자 50만명이 넘는 유튜버의 자작극으로 밝혀져 허탈함을 안겼다. 이는 ‘대구에 확진자가 생겼다’, ‘시(市)에서 모의 훈련 중이다’ 등 또 다른 가짜 뉴스로 발전했다.

사회적 불안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나눠준 마스크를 중고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하는 행위도 포착됐다. 최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광주 광산구와 서구 로고가 찍힌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1000원대에 구입한 마스크를 5배 이상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글은 오히려 일상화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가격이 비트코인 같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명이 사재기와 재판매에 나서니 국민의식이 의심스럽다”며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장사하는 이들이 혐오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사회적 불안으로 이득을 보려는 이기심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흉악 범죄 난무로 단순 거짓말이나 재판매 정도로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자는 자기 격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하려는 욕구와 유행 일상화에 따른 도덕 불감증이 복합된 결과로 해석된다”며 “특히 상업적 목적이나 순간 위기를 벗어나려는 목적은 개인의 이기심과 편의주의가 극대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폭력적인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 정도는 어때’ 하는 도덕적 정당화가 번지고 있다”며 “사회적 부작용이나 처벌 위험성은 인지하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 등 나의 이득에만 가중치를 두는 비합리적인 심리”라고 해석했다.

youkno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