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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과민반응’과 ‘철저한 봉쇄’ 사이, 인간의 자기결정권
“3국 차단론은 과민반응의 전형”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우리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나라의 치안, 위생, 교통, 물가 등을 두루 살핀다.

낯설기에 이방인에게는 숱한 위험으로 느낄 만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어 이를 내 스스로 차단하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그 여행지의 문화,관광,생활상을 맘놓고 체험하기 위함이다.

국내든 국외든 여행 중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은 많다. 교통사고 위험성, 낯선 범죄자의 접근과 납치, 소매치기 강도사고, 익숙치 않은 지형에서 발을 헛디디는 사고, 지병있는 상황에서의 장염 악화, 현지 불량음식 또는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섭취에 따른 위장질환 등은 누구든 언제 어떻게 겪을지 모를 일들이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당국이 지시하는 바, 여행사가 당부하는 바, 자신의 몸상태에 따라 스스로 주의하는 사항 등을 빠짐없이 체크하고 조심하게 된다.

최근 20년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으로 인해 여행자가 회복불능의 피해 입는 것은 소매치기, 교통사고, 이동중 부상, 낯선환경에서의 지병 악화 등 해외에서 예기치 않게 당하는 사고 발생건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매년 여름이 되면 생선 날 것, 회(膾)를 먹을 때 좀더 주의를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회를 먹고 탈이나서 회복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는 1년에 한 두 건 날까말까이다. 오히려 학교의 단체급식에 의한 아이들 건강 위험성이 웬만한 세계적 질병 보다 높다. 국내 식중독 환자는 하루에 32명꼴로 발생한다는 국회보건복지위원회의 분석도 있었다.

여름에 회 먹을때 주의하라는 당부를 여름에 회 먹지 말라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여행을 금지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인간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위험성 중 단 하나, 이번 코로나가 가장 위험한 것인 양 겁을 먹고 있다.

4일 오후 부산 사상구 농협부산화훼공판장 내 꽃 판매장이 졸업 시즌이 무색하게 텅 비어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여파로 졸업식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연합]

미국의 독감 역시 잘 대비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는데, 벌써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 병증의 특징, 완치 가능성 등이 달라 현재 420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이들 모두 살면서 숱하게 직면하는 위험요소의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면, 코로나 사태 역시 중국여행 자제 정도의 강제성이면 충분할 것 아닐까. 미국측은 매년 늘상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변종이 생겨서 그렇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상 살아가는 수많은 양상 가운데 한 개에 너무 집착해 과잉반응을 보이면, 다른 수많은 영역들이 비정상적으로 영위된다.

4일 보건복지분야 한 전문가는 국내 16번째 확진환자가 12번째 환자 처럼 제3국에서 걸렸으니, 중국 이외 확진자 발생 국가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이런 입장이 정책에 반영돼 20여국과의 교류를 제한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과잉반응의 전형이다. 졸업시즌에 졸업할 가족 축하용 꽃을 사야하는데, 꽃가게가 텅텅 비고 졸업생이든 가족이든 졸업식에 갈까말까 고민하는 것 이상의 과잉대응 아닐까.

출장자, 친지방문자, 여행자의 자기결정권 속에는 자기 책임, 당국과 이웃의 당부가 포함돼 있다. 사고당할 가능성, 감염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하겠다는 판단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모종의 준비를 한 이후에 해외 여행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대한민국 정부, 교류할 대상국 정부의 지침을 정확히 이행하겠다는 약속과 다짐이 있다면, 신종 코로나 발병-창궐국인 중국 이외 국제교류를 통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하나를 완벽하게 처리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나게 많은 다른 영역을 불완전하게 끌고 간다면, 그간 인류의 삶을 이끌어왔던 인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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