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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메르스 슈퍼전파자’ 늑장대처는 삼성서울병원 책임 아냐”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지연에 고의 없어
명단 받고도 사흘 늦게 입력한 정부도 메르스 확산에 일조
[사진=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로 불린 14번 환자와의 접촉자 명단을 고의로 지연 제출했다는 사유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이 불복 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병원에 부과한 806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하고 병원이 요구한 손실보상금 607억여원을 내줘야 한다.

재판부는 당시 사태 초기에 메르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근본 원인이 삼성서울병원의 잘못된 대처보다는, 병원과 보건당국 사이의 소통이 어긋난 데 있었다고 봤다. 당시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이 늦게 통보된 것이 질병의 확산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명단이 통보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따져보면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예방법상 금지된 ‘역학조사 거부·방해·회피’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질본) 및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 사이에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두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당국은 메르스 감염 가능성과 주의사항 등을 알릴 수 있도록 접촉자들 연락처를 필요로 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은 정작 연락처 항목이 빠진 접촉자의 이동 경로와 노출 추정시간 등 20개 넘는 항목의 자세한 내용이 담긴 ‘마스터 명단’을 작성했다. 2015년 6월2일 이전까지 질본 역학조사관이 명시적으로 연락처를 요구하지 않다 보니,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 파트장은 '마스터 명단'만 줬다는 것이다.

당국의 느린 대처도 메르스 사태의 확산에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삼성서울병원이 6월 2일 전체 명단을 제출했지만, 보건복지부가 나흘 뒤인 6월 6일에야 이를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해 시도보건소를 통한 자가격리, 노출위험 고지 등이 제때 시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4번 환자로부터 3차 감염돼 11명을 4차 감염시키고 그 중 2명이 사망케 한 76번 환자의 경우 6월 5일 메르스 증상을 보였다는 점을 덧붙였다.

메르스 발병 초기이던 2015년 5월 29일에 14번 환자가 확진을 받고, 당시 질본 역학조사관들이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과 연락처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병원은 밀접 접촉자 117명만 같은달 31일에 제출했다. 일상접촉자 678명 전체의 명단은 6월 2일에야 제출됐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명단을 늦게 제출한 것에 대해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부과했다. 다만 환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806만원의 과징금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했다. 또 다른 병원과 달리 삼성서울병원에만 메르스 사태 당시 진료 마비로 입은 손해액 607억원을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과징금 부과와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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