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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 폐렴 초비상] “OT 못 가나”…중국인 유학생 5만명 시대, 대학가도 ‘우한 포비아’
새 학기 설렘 대신 공포 내려앉은 캠퍼스
불안감 고조에 학생 간 설전까지 오고가
국제 행사 연기…신입생 OT 취소 전망도
‘최근 한 달 이내 중국 방문 시 면담 요청’ 팻말이 붙은 서울 성동구 한양대 학생회관 내 보건센터의 출입문. 박지영 수습기자/park.jiye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중국인 유학생 5만명 시대(지난해 4월 한국교육개발원 집계 기준 5만1313명, 교환학생·어학연수생 포함). 개강 준비가 한창이어야 할 대학 캠퍼스에 설렘 대신 공포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다. 학생회가 마스크를 배포하고, 학교가 국제 교류 행사를 취소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사이 구성원 사이에서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피어나고 있었다.

2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와 광진구 건국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한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최소한의 ‘자기방어’에 나선 셈이다. 한양대 재학생인 신모(23) 씨는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마스크를 썼다”며 “각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도 각종 행사 진행 시 전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나눠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건국대에서도 마스크는 일상이 됐다. 학교 옆 건국대병원 1층에서는 내방객들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건국대 재학생인 박모(23) 씨는 “우한 폐렴 유행 이후부터 외출 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학교 차원에서도 손 씻기 같은 예방책 공지 외에 별다른 수가 없어 보여 불안하다”고 했다.

불안감은 거친 말이 돼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학내에서는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재학생 간 갈등을 넘어, 한국인 재학생들끼리 논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양대 재학생인 강모(26) 씨는 “‘중국인들이 박쥐회를 떠먹어서 그렇다(병이 발생했다)’는 등 온라인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혐오 발언 수위가 심각하다”며 “발언 적절성을 두고 한국인 재학생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상황도 보인다”고 했다.

학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개강 이후를 걱정하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적 건국대 재학생은 “개강하면 강의실에 못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중국인 유학생)친구도 있다”며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 안타깝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 엽모(19) 씨는 “중국인도 다들 감염될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데 한국인은 오죽하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당장 2~3주 뒤로 다가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이 갈등과 공포 표면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내기 배움터는 운집 인원이 많아 학생회 차원의 대응 방안 마련이 어렵다. 학교 차원에서 공지가 빨리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 한양대 재학생인 강모(26) 씨의 설명이다. 새내기 환영 공연을 준비 중인 일부 동아리에서는 “OT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각 대학은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속속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한양대는 500여 명의 해외 대학 재학생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양 국제겨울학교’ 2회차 행사를 취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세종대 역시 이날 국제교육원 일주일 휴강 소식을 알렸다. 이 외에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도 한국어 교육원을 휴강했다.

다만, 안전 확보 차원의 행사 중단 조치와 별개로 “도를 넘은 혐오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국대 재학생 김모(24) 씨는 “온라인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등 거친 말들이 올라오지만, 그것이 학내 구성원 전체의 공통 의견은 결코 아니다”며 “우한 폐렴 문제를 중국인 유학생과 결부해 비난한다면 무지한 인신공격”이라고 강조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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