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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심장 TK “일단 통합, 싸움은 나중에”
대구 서문시장서 들어본 설 민심
“당장 죽을 판인테 명분 타령만”
“확실한 공공의 적 향해 뭉쳐야”
“보수통합으로 정권심판” 목소리
“文정권 경제정책 낙제” 입모아

“조선시대 예송논쟁도 아니고 원…. 싸워도 나중에 싸우라고 전해주소.”

지난 25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향미(65·여) 씨는 오는 4·15 총선에 앞서 보수통합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갈등의 핵심인 탄핵은 일단 미뤄둬야 한다. 당장 죽을 수 있는데 아직도 명분 타령만 하는 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택시기사 이호준(56) 씨는 “적의 적은 동지라고 하지 않느냐”며 “갈등은 잠깐 접어두고, 확실한 공공의 적을 향해 힘을 뭉쳐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이날 찾은 ‘보수진영 표밭’ 대구 서문시장 곳곳에선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적지 않게 들려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는 그간 “보수라고 해도 (박 전 대통령)탄핵 찬성 세력들은 함께 갈 수 없다”는 목소리의 진원지로 꼽혀왔다. 그런 곳의 분위기마저 예전 같지 않은 듯했다. 나라가 생각보다 급속도로 멍들고 있으니, 이번에는 일단 정권 심판부터 하자는 주장이 상당했다.

서문시장 상인과 방문객 대부분은 ‘무조건 합쳐야 한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탄핵에 대한 감정 자체는 그대로 안고 있다는 게 감지됐다는 것이다. ‘미워도 일단 통합’인 셈이다. 상인 조민구(48) 씨는 “지금 문 정권이 경제를 어떻게 만들고, 북한과 중국에겐 어떻게 취급 받는지를 보라”며 “보수진영 내 당연히 미운 쪽이 있지만, 지금은 문 정권의 행보에 제동부터 걸어야 한다”고 했다. 방문객 이모(64) 씨는 “마음 같아선 보수진영 일부가 뼈저리게 반성할 수 있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문 정권의 행보를 보면 그럴 시간이 없다”며 “무슨 신당을 만들 때가 아니다. 이번 총선까지 분열해서 지면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무작정 통합’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상인 한모(49) 씨는 “떨어져 산 지가 몇 년째인데 이제 뭉친다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여태 뭘 하다가 선거철이 되니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 자체를 놓고 “이번 총선 때 다 망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갖는 인사도 만날 수 있었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이곳은 현 정권을 보는 TK(대구·경북)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들에게 문 정권에 대한 평가를 주문하자 특히 경제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근 20년째 반찬 장사를 한 이모(62) 씨는 “매년 힘들다고 하지만, 이렇게 손님이 적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저번 설보다 물량을 10% 가까이 줄였는데, 이마저도 다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아들 둘이 모두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데, 눈여겨 본 집 값이 눈 깜짝할 새 껑충 뛰었다고 하소연하더라”며 “물론 현 정권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느냐 싶지만, 너무하다는 생각도 지워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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