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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없는 쌀 천사’ 10년 간 보낸 쌀이 600톤
올해도 성북구 월곡 2동 주민센터 앞에 20㎏ 쌀 300포대
이승로(가운데) 구청장이 16일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서 새벽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쌀을 실어나르고 있다. [성북구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에서 매 해 쌀 20㎏짜리 300포대를 10년간 기부해 온 ‘얼굴없는 천사’가 화제다.

16일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 얼굴없는 천사는 2011년부터 매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20㎏짜리 쌀 300포대를 보내오고 있다. 올해에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16일 아침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가 다였다. 이 주민이 이렇게 보낸 쌀은 10년간 3000포대, 600t, 싯가 1억 8000여만원 어치에 이른다.

월곡2동 주민센터에서 쌀이 도착하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 되고 있다. 직원들은 새벽에 출근해 쌀 300포를 날라야하지만 마음은 상쾌한 ‘즐거운 고생’을 치른다. 16일 새벽에도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서 주민,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100여 명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부로 돕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도 있었다. 쌀을 이고 진 이웃에게 덕담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잔치가 따로 없었다. 월곡 2동으로 이사온 뒤 매해 천사의 쌀을 받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새벽에 찾아 온 90대 노인도 있었다.

성북구가 얼굴없는 천사로부터 쌀을 기부받고 있는 주민 명단을 넣은 하트를 만들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성북구 제공]

얼굴 없는 천사를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주민들도 늘었다.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쌀과 금일봉은 물론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지역 어르신들도 뭉쳤다. 구립 상월곡실버센터 이용 어르신 100명은 1인당 1만원씩 마음을 모아 성금 100만원을 보탰다. ‘100인 어르신 1만원 나눔’에 참여한 한 주민(76, 월곡2동)은 “동네 독거노인 대부분이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면서 “마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고령자로서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1만원씩 모으기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종종 현장에서 만난 소외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다며 호소할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주민, 공무원, 군인 등이 하나되어 쌀을 옮기고 있다. [성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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