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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잔한 스토브리그, 그러나 뜨거운 '스토브리그' 드라마
드라마 스토브리그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2020 시즌을 앞두고 한국프로야구 10개구단들이 스프링캠프 전에 마무리해야할 사안들을 처리하는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

연봉계약, FA계약, 외국인선수 영입, 코칭스태프 선임, 경기장 개보수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준척급 FA들이 나온 올해 현재까지 안치홍의 롯데 이적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FA삭풍을 체감하며 현 소속팀과 재계약을 마쳤고, 놀라운 소식은 많지 않은 편이다. 린드블럼(두산) 김광현 산체스(이상 SK) 레일리(롯데) 등 스타급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뉴스 정도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꼴찌를 한 롯데가 30대의 성민규 단장을 영입하고 허문회 감독을 선임하며 트레이드, FA영입 등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 가장 핫하지만 여느해보다 차분한 스토브리그다.

하지만 의외로 야구계와 야구팬 사이에 '스토브리그'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SBS의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때문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사실 그동안 스포츠드라마는 허황된 영웅, 맥락없는 러브라인, 빈약한 현실감 등으로 대부분 '업계'에서는 외면받아왔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정도가 성공한 스포츠영화로 꼽힌다.

하지만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WAR, WPA 등 정교한 통계수치를 다루는 세이버매트릭스, 선수단을 뒤에서 지원하는 구단 프런트 등 일반드라마 팬들에겐 '지루하고 무관심'할 수 있는 부분을 소재로 하면서도 매회 박진감 넘치는 에피소드로 긴장과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꼴찌팀 드림스에 부임한 '야구문외한'이자 '우승청부사'인 백승수 단장이 파격적인 행보로 팀을 탈바꿈시켜나가는 모습이 주요 내용이다. 패배의식과 파벌싸움에 찌든 코칭스태프, 비리와 무능, 무사안일에 젖은 프런트, 팀의 성적은 관심없고 오직 모 기업의 장사에만 혈안이된 구단주 등은 30년이 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충분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라 야구팬들은 공감하고, 일부 선수와 프런트도 실제 드라마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회부터 팀내 프랜차이즈 스타를 전격 트레이드하는 에피소드로 눈길을 끌더니, 아마추어 스카우트 비리, 그 스카우터의 에이전트 변신, 외국인 선수 선발, 병역문제와 귀화, 점차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세이버매트릭스, 2차 드래프트 등 '드라마같지만 실제 KBO에서 벌어졌던' 소재들은 야구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꼴찌팀 드림즈의 설정에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 한화 LG 등의 팬들은 '우리팀 얘기같다'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스토리를 주시하고 있다. 음지에서 선수단을 뒷바라지하는 전력분석팀이나, 저연봉으로 힘겹게 시즌을 버텨나가는 서수들의 애환까지 곁들여지면서 화려한 프로의 세계가 꼭 화려한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도 잘 묘사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라는 전제를 도외시하고 '어떻게 저런 상황이 생기느냐 말이 안된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다소 지나친 상황은 드라마를 위한 극적장치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 보인다.

몇몇 선수나 야구 관계자들은 SNS를 통해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야구마니아들이 포진한 커뮤니티에서는 스토리를 두고 갑론을박하며 야구없는 겨울시즌을 즐기고 있다.

야구장면 없는 야구드라마가 과연 먹힐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극복한 '웰메이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실제 업계와 일반 드라마팬을 모두 만족시키며 전국시청률 15%를 넘어섰다.

"이제 무슨 에피소드가 나올까"라며 궁금해하는 야구팬들. 금기어처럼 되어버린 어두운 과거의 사건들도 다시 한번 드라마로 등장할지 흥미롭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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