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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버거가 쓰고 데미렐이 그렸다…‘시간’ 다룬 미완의 에세이
몇시인가요? 존 버거 지금, 셀축 데미렐 그림, 마리아 나도티 엮음, 신해경 옮김 열화당

“불 빌려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다른 한 명이 담배갑을 내밀며 말한다. “그쪽도 한 대 피우시죠”(존 버거의 ‘스모크’ 중)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범죄인 요즘에서 보면 낯선 풍경이지만 그 땐 그랬다. 미술평론가로 유명한 존 버거의 미술에세이 ‘스모크’는 백내장 수술 후 경험한 본다는 것과 스모킹에 관한 단상을 셀축 데미렐의 그림과 함께 담아낸 생애 마지막 에세이다. 존 버거는 이후 데미렐과 시간을 주제로 에세이를 만들어보려다 완성하지 못하고 2017년1월 세상을 떠났다.

이 미완의 작업은 셀축이 존 버거의 책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온 마리아 나도티와의 출간 논의로 이어져, 또 하나의 그림 에세이 ‘몇 시인가요?’로 탄생했다.

나도티는 존 버거의 글 가운데 시간에 관한 것들을 모으면서 그의 글 전체에 시간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과 영원, 일상과 감각의 시간, 저항과 정치의 시간, 사랑과 희망의 시간, 글쓰기와 그리기의 시간 등 시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문명과 도시화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분리된 인간 소외의 문제에 매달렸던 존 버거는 노동시간이 임금과 교환되고, 임금이 상품에 갇힌 ‘살지 않은 시간’과 교환되는, 원인과 결과로만 귀결되는 시대에 도전하는 유일한 행위가 사랑임을 강조한다.

글쓰기와 그리기의 시간도 다루는데, “서사는 순간이 잊히지 않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 멈추기 때문이다.”(12쪽) “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시간 감각을 잃는다”.(108쪽) 등 시간 너머의 시간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보여준다.

존 버거의 저작에서 뽑은 50여개의 글이 데미렐의 위트 넘치는 그림이 어우러져 사색으로 이끈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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