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정치 개입한 배민 M&A, 제2 타다 되나

조국 딜레마에 빠진 집권 여당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가 또 하나 터졌다. 음식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 인수합병(M&A) 건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 인수를 발표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 DH가 이미 시장 2, 3위 사업자들을 소유하고 있는 마당에, 업계 1위 업체까지 인수하면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 이유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시장의 90% 가량이 하나의 기업에 종속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에 자영업 소상공인들과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 배달 라이더들은 어떤 방어력도 가질 수 없다”고 결정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했다.

앞서 타다도 이들에게 좋은 선례가 됐다. 기존 시장 질서를 단숨에 허물 수 있는, 과거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사업자 및 사업 형태의 출현에 떠는 택시 사업사와 기사들의 불안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정치가 깊숙이 개입했고, 그 결과는 현행 체제의 유지였다. 정치 용어로 말하면 ‘보수’의 승리이자 ‘앙시앙레짐’(구체제)의 존속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다. 기업간 인수합병이나 전례 없던 신사업자 진출이 소비자의 복리후생,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사전 규제도 합당한 명분을 가진다. 그것이 세계 경제사의 흐름이다.

문제는 이 규제의 칼날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다. 최근 논란이 된 타다가 대표적이다. 분명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형태의 운송수단 확보로 얻는 이익이 컸지만, 정치인들은 택시업계의 표에 눈이 멀어 신사업을 차단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택시 종사자의 표와 소비자 이익을 맞바꿨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결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오지랖’이 소비자의 이익을 갉아먹은 꼴이다. 타다 규제를 알리는 신문 기사 댓글에 정부와 국회의원을 욕하는 내용이 한가득한 것은 잘못된 개입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달의 민족 인수합병 논란은 이런 측면에서 여당의 개입 명분이 일견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조선 같은 중후장대 산업과 달리,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낮거나 사실상 없는 배달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인수합병 반대가 정답인가는 여전히 논란이다.

M&A를 통한 진·출입이 생태계의 골자인 벤처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도모하려는 현 정부의 ‘혁신 성장’ 기조까지 의심받게 할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배달 플랫폼 인수합병으로 연관된 개인, 소비자, 종사자들의 이익 침해가 우려된다면, 차라리 소상공인 자체 배달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는 등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불과 몇년 전 비슷한 이유로 정치인들의 입방아를 불러왔던 온라인 쇼핑몰 인수합병 논란이, 지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진입 장벽이 낮은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확실한 것은 정치 권력의 시장 개입은 ‘특수한 경우’에 제한돼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 남용돼서는 안된다. 과거 절대 왕정, 신정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배달 플랫폼이 제2의 타다 사태로 번지는 것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