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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지배구조-리더십 ‘혁신바람’]美 주요기업 절반 회장-CEO ‘분리’…상호견제로 권력균형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할분리 증가 추세
CEO 경영 전념, 회장은 경영성과 평가 분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이사회 독립성’ 중시
당면한 비판 넘기기 위한 ‘꼼수 분리’ 의혹도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미국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회장(이사회의장)과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분리하고 있다.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한 경영 효율화는 물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상호 견제 및 권력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구성 기업 가운데 회장과 CEO를 분리한 곳은 266개사(53%)로, 2009년 35%에서 크게 늘었다.

보잉은 데니스 뮐린버그 회장겸 CEO에게서 회장직은 박탈하고 CEO역할만 하도록 했다. AT&T는 랜덜 스티븐슨 회장겸 CEO 은퇴 이후 회장과 CEO를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나이키와 언더아머, 위워크 등도 회장과 CEO 역할을 나누고 있다.

CNN방송은 연기금이나 행동주의펀드 같은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이사회 독립성이 높을수록 좋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EO는 회사를 관리하고 운영 전략을 세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회장은 경영성과 평가와 임원 보수 책정 등 본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트머스대의 에스펜 에크보 경영대학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사들의 가장 큰 역할은 CEO를 고용·해임하고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CEO가 그런 이사회 의장 역할까지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델라웨어대의 존 웨인버그 기업지배구조센터의 찰스 엘슨 센터장 역시 CNBC방송에 “이사회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CEO가 거꾸로 이사회를 감시하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은 AT&T에 회장과 CEO 분리를 꾸준히 요구해왔고 마침내 관철시켰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기금(CalPERS)은 매우 제한된 상황이 아닌 한 역할분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역할 분리를 선호한다.

ISS는 올해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두 역할이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을 조사한 결과 주주제안에 대한 미흡한 대응, 이사회의 책임의무 약화, 보잉이 보여준 제품실패 같은 기업 위기 등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콘페리의 조 그리세디엑 부회장은 “요즘 CEO의 역할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며 “경제적 과제뿐 아니라 사회, 환경적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CNBC방송에 말했다.

하지만 회장과 CEO의 역할이 꼭 분리돼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계나 학계의 명쾌한 결론은 아직 없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 13년간 CEO와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JP모건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이상 늘어난 91억 달러로, 다이먼 체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록센터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두 역할 분리와 회사 실적 사이에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임원 급여 관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CNN에 밝혔다. 데이비드 라커 록센터 소장은 “무조건 모든 회사가 역할 분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별로 상황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보잉이나 위워크의 회장-CEO 역할 분리는 지배구조 개선의 측면보다는 이사회가 눈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뒤늦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보잉은 지난 5월만해도 두 역할 분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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