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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훈의 현장에서] “ESS 생태계 지킨다”…고사 위기 시장에 보여준 리딩기업의 책무
유재훈의 현장에서
“(국내외에) 출하되는 배터리는 똑같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본부장인 임영호 부사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관련 사고가 잇따르며 ESS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데 대한 반론이다.

한마디로 국내나 해외나 같은 ESS 배터리를 설치하는 데 해외에선 관련 사고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배터리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든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삼성SDI는 지난 14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응책을 발표했다. 간담회 개최를 휴일인 전날 오후 늦게 확정지을 정도로 치열한 내부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삼성SDI는 배터리 발화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앞으로 출시되는 제품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하고, 이미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는 직접 비용을 투입해 이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ESS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외부 유입 고전압, 고전류를 차단하고 이상 발생 때 시스템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 설치는 이미 마무리됐다.

삼성SDI가 국내에 공급한 ESS배터리는 1000개에 달한다. 삼성SDI 측은 이 사이트 전체에 새로운 안전대책을 적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 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이번 대책을 통해 ESS 배터리 안전장치 뿐만 아니라 전력전환장치와 더불어 설치·시공 감리 강화, 시공업체에 대한 정기교육 등 안전성 확보 방안도 내놨다.

이를 놓고 업계에선 “삼성SDI가 수천억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이 정도로 강도높은 안전 대책을 내놨다는 점이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는 결함없이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데만 주력해도 된다. 하지만 삼성SDI는 ESS산업 전체라는 ‘큰 그림’을 보며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현재 ESS 관련 협회에 등록된 회원사 수는 3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력변환장치(PCS), 설치·운용·감리·유지보수 업체들이 모두 포함된다.

삼성SDI는 이날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리딩 기업’과 ‘생태계’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ESS시장 빙하기 탓에 관련 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국내 시장 상황이 불안해지며 해외수주도 급감할 수 밖에 없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ESS 화재 원인에 관계 없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 업체로서의 책무”라고 말했다. 관련 산업의 생존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다하는 데서 진정한 ‘리딩’의 모습이 읽혀진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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