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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절망·불안 속 좌표없는 ‘청년 정치’
‘조국 촛불’ 든 한국의 대학생
‘反트럼프’에 열광하는 미국 청년들
경제 위기 속 ‘대안 없는’ 청년들
포퓰리즘 정책 난무속 갈길 잃어
홍콩 시위도 모두 청년 불안 배경
지난 19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 광장에서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위쪽) 지난 9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샌더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연합·AP]

3년 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젊은 세대는 압도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외쳤고 정권교체의 주역이 됐지만 이제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적극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 중 일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시위에 나섰다.

지난 19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재학생과 동문 1000여명이 각 학교에서 동시에 촛불집회를 열고 딸 입시비리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 장관을 둘러싼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취임 당시 ‘공정사회’를 약속한 현 정권을 향한 젊은 세대의 불신을 표면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미 다수의 여론조사는 젊은 세대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가리켜왔다. 특히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4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만 이들의 국정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와 치열한 취업전선, 팍팍한 경제적 상황 등 변하지 않은 현실은 청년들이 자신들이 택한 대안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분노와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진보와 보수 특정한 이념적 좌표에 얽매이지 않는 청년세대 정치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최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홍콩 사태 등 세계 정국의 혼란 속에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경제적 불안감은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주류 정치로부터 느끼는 소외감과 맞물리면서 극단적 포퓰리즘의 홍수에 빠진 세계 정가를 더욱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젊음=진보’라는 공식은 오늘날 젊은층을 대표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는 더이상 적용하기 힘든 모습이다. 특히나 ‘유로존 위기’에 봉착한 유럽 대륙이 잇따른 좌파·우파 간의 정권교체로 혼란을 겪고, 범죄인 인도법 반대라는 단일 이슈로 촉발돼 반(反) 정부·반중국 시위로 확대되고 있는 홍콩 사태는 청년 세대가 안고 있는 경제적 불안감과 정치적 혼란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그리스 총선에서는 중도우파 신민주당이 4년 6개월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40%가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속에 생계의 위협받고 있는 젊은 유권자들이 기존 집권당인 좌파 시리자로부터 등을 돌리면서다. 취업이민을 택한 졸업자가 40만 여 명에 달하는 등 그리스의 경제 위기는 청년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고, 결국 젊은 유권자들은 그들은 경제를 다시 부양시켜줄 우파 정당의 손을 들었다.

BBC는 “재정위기가 너무 오래 지속됐고, 우리는 너무 지쳤다”는 그리스의 한 20대 유권자의 호소 전하며 “그리스 젊은층은 더이상 급진적이고 젊은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시한이 불과 두 달 여 채 남지 않은 영국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24세 젊은 유권자의 70% 이상이 EU 잔류를 원했고, 나이가 많은 유권자일수록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간 재정난이 시달려온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는 브렉시트발(發) 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보수당이 이끄는 브렉시트 정국의 거듭된 혼란이 젊은 세대의 ‘좌클릭’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시작된 홍콩의 반중, 반정부 시위 역시 경제적 위기 속에 흔들리고 있는 홍콩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본토에 비해 낮은 임금과 세계적 수준의 임대료 등 어려운 경제적 상황은 청년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호펑훙 정치경제학 교수는 “젊은이들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모든 경제적 배경에서 온다”면서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홍콩에는 그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비단 경제적 상황만이 청년 세대의 정치적 좌표를 결정짓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률 저하와 루블화 폭락 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푸틴 정부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강하다. 1999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하의 러시아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모두 보낸 ‘푸틴세대’는 소련의 붕괴와 경제적 어려움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푸틴 대통령 이외의 대안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반(反) 트럼프’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2면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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