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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선물은 點心이 되도록 하라

‘어떤 책을 읽었더니 상사에게 기억에 남는 통 큰 선물을 몇 해 전략적으로 계속해서 승진을 꾀하라고 나와 있는데 과연 그런 선물이 무엇인지 해마다 명절이 돌아오면 고민이 됩니다’

그 어떤 책은 필자도 읽었다. 물론 같은 책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질문 내용으로 보아 그 비슷할확률이 높다. 필자는 직장인이 아니므로 단기간에 원하는 승진을 하기 위해서 읽은 건 아니다. 책을 검색하다가 제목이 하도 희한해서 사서 읽어봤는데 실망이었다.

그야말로‘ 승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 하랴?’ 식이었는데 그중 한 가지로 선물 공세가 나와있었다. 그러나 승진을 많이 시켜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즉 기억에 남는 비싼 선물을 계속 받았다고 해서 안 시킬 사람을 승진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담될 뿐인데 고마우면 선물이요, 부담되면 뇌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안 그래도 직장생활 스트레스받는데 명절 때마다 선물 고르느라 스트레스받는 건 어리석은 처신이다. 하여, 이분 질문에는 임영조의‘ 산나리꽃’을음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사월 초파일/ 산사(山寺)에 갔다가 해탈교를 건너며/ 나는 문득 해탈하고 싶어서/함께 간 여자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왠지 자꾸만/ 그 여자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잠시 돌아다보니 그 여자는 어느새/ 얼굴에 주근깨 핀 산나리가 되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또/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와/ 가장 슬픈 한 마리 새가 되어/ 밤낮으로 소쩍소쩍/ 비워둔 내 가슴에 점을 찍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검붉은 문신(文身)처럼 서러운 점을.

명절이 돌아오면 상사에게 드릴 선물이 고민이라는 직장인이여!! 필자에게는 현역 시절부터 시작해서 직장을 그만둔 지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명절이면 김을 보내오는 지인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받았는데 몇 달간 그 김을 반찬으로 밥 먹을 때마다그 옛 부하 생각이 날 것이다. 그야
말로 내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점을 찍는 고마운 선물이다. 그 장시간의 성의에 놀라서 감동하고 행복해지는데 내 보답은 그의 인생도 진정 행복하길 기도하는 것이다.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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