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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징금 1조’ 퀄컴 소송 이번주 매듭…‘갑질’ 종지부 찍나
12·14일 변론…석달뒤 선고전망
공정위 승소땐 국내제조사 큰 영향
특허 로열티 차별적으로 부과 못해
5월 반독점 美소송서 퀄컴 패소
‘우월적 지위이용’ 막판 쟁점될듯

1조원대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변론이 이번주 마무리된다. 만약 공정위가 승소한다면,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들은 퀄컴에 지불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노태악)는 12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사건의 최종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전자기록만 7만 쪽이 넘는 등, 사건 기록이 워낙 방대해 선고기일은 3개월 후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 사건은 퀄컴의 과징금 규모 외에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퀄컴이 패소하면, 모뎀 칩셋을 제조하는 경쟁사에 특허 사용을 막았던 행위와 퀄컴의 모뎀 칩셋을 안 쓰는 휴대폰 제조업자들에 특허 로열티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모뎀 칩셋이 아닌 휴대폰 단말기 가격에 비례해 로열티를 부과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국내 제조사들로서는 퀄컴으로 납부하던 비용이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2만5000여개 ‘표준필수특허(SEP)’을 보유한 업체다. 표준필수특허는 특정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특허를 표준화해 전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말한다.

표준필수특허권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FRAND)으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편파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래야만 기술이 광범위하게 호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퀄컴은 표준필수특허권을 보유해 프랜드(FRAND) 확약을 했으므로 반(反)경쟁적으로 초과이윤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최종변론에서는 지난달 5일 공정위 측에서 제출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v. 퀄컴 판결 증거 비교표’를 중심으로 공방이 오갈 예정이다. 지난 5월22일 미국 법원은 2017년 미국 FTC가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FTC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과도한 특허 로열티를 받고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린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공정위와 퀄컴 간의 소송과 유사한 관련 사건으로, 막판 중요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미국과 대만의 FTC,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도 퀄컴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퀄컴은 “외국사례 역시 FTC 등 법원이 아닌 집행력 없는 결정에 불과한데 이를 섣불리 원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2017년 2월 퀄컴이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낸 후 2년 6개월이 흐르면서 소송참여자에도 다소 변화가 있었다. 당초 삼성전자와 애플 등 유명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편에서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합류했다. 현재 삼성과 애플은 소송에서 빠지고, 나머지 엘지(LG)전자, 인텔, 중국 화웨이, 대만 미디어텍 네 곳이 보조참가인으로 참여중이다. 국내 주요 로펌들도 다수 참여한 상태다.

법무법인 바른과 최승재(46) 변호사가 공정위를 대리하고, 법무법인 세종, 화우, 율촌이 퀄컴을 맡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LG를 대리하고, 지평은 인텔, 광장은 화웨이와 미디어텍 편에 섰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휴대폰이 아날로그 신호인 사람의 음성과 디지털 신호를 변조해 대화가 송수신될 수 있도록 하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모뎀칩을 만드는 회사다.

퀄컴은 이 CDMA 표준과 관련해 90% 이상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이 삼성,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조한 칩셋을 구매하지 않으면 특허권 사용을 못하게 했고, 경쟁 칩셋 제조사인 인텔에는 아예 특허 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특허권 사용료를 칩셋이 아닌 휴대폰 판매가에 비례해 받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일련의 차별행위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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