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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식 집밥’의 재발견…“기본은 좋은 식재료”
미쉐린 2스타 강민구 셰프의 새로운 도전 ‘페스타 바이 민구’…“맛있다는 말이 최고의 보상”
강민구 셰프

‘2018년 미쉐린 1스타’, ‘2019년 미쉐린 2스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13위(2019년 기준)’… 명실상부 ‘스타 셰프’로 꼽히는 강민구(36) 밍글스 셰프는 올 한 해 유난히 바쁜 날들을 보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 청담동과 남산을 오가는 지금은 그에게 ‘변화’와 ‘도전’의 시기라고 한다.

강 셰프는 그동안 호텔 업계 ‘러브콜 1순위’로 꼽혀왔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모던 한식을 선보이는 ‘밍글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며 그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모던 한식의 붐을 이끈 강 셰프의 선택은 반얀트리 서울 호텔. 최근 오픈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의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민구(Festa by mingoo)’의 수장이 된 강민구 셰프를 만났다.

한식 아닌 유러피안 다이닝

“공간에 어울리는 음식”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았다. 새로운 공간에서 강 셰프는 주 전공인 ‘한식’이 아닌 ‘유러피안 다이닝’을 선보인다.

“처음 이 곳에 올 때, 찾아오는 길부터 남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녹음이 어우러져 도심 안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죠. 서울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었나 싶어 놀랐어요.”

남산 아래 자리 잡은 반얀트리의 경관은 도심 속 휴양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시원한 통유리로 맞이 하는 여름 하늘과 푸른 녹음은 입맛을 절로 돋운다. 강 셰프는 “이 공간에 어울릴 만한 재미있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은 음식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에요. 좋은 음식, 좋은 레시피,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런데 식사 장소를 정했을 때의 이유와 그 이유에 부합하는 총체적 경험 역시 중요하거든요. 유럽 스타일의 공간에서 한국적인 음식을 하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

‘페스타 바이 민구’가 오픈하기까지 강 셰프는 하루 5~6시간씩, 새벽 4시까지 메뉴 개발에 전념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메뉴는 모두 30가지. 강 셰프는 “누구나 다 아는 유럽식 메뉴와 음식이지만, 거기에 한국적인 터치와 식재료를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도전은 한식 셰프로 유명한 그에겐 완전히 새로운 길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일들의 연장선이다. “밍글스의 터치가 들어간 메뉴”와 운영 중인 반찬가게인 마마리마켓에서 선보이는 메뉴가 ‘페스타 바이 민구’에서도 부활했다. 강 셰프 스타일의 ‘유럽식 집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얼마 전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갔어요. 사실 이 곳의 음식은 집에서 늘 하는 음식들이에요. 아버지께 맛있냐고 물어보니 매일 집에서 먹던 것을 호텔에서 먹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굳이 손을 많이 대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는 방법 선택

모던 한식을 선보이는 ‘밍글스’와 유러피안 다이닝 레스토랑인 ‘페스타 바이 민구’는 전혀 다른 레스토랑이지만, 강 셰프는 ‘지향점’은 같다고 말한다.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아무리 기술적으로 좋은 레시피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료가 원하는 정도의 퀄리티가 나지 않으면 같은 요리를 만들더라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요. 진부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것이 바로 식재료예요.”

밍글스에선 식재료를 공급받는 업체만 해도 100군데가 넘는다. 매일 스무 박스의 택배를 받고, 새벽 경매와 산지에서 퀵서비스와 KTX로 배송되는 식재료의 양도 상당하다.

“남들이 보기엔 과하다 싶을 만큼 재료를 골라요. 식재료가 좋으면, 다른 것을 더 많이 넣고 가공하지 않아도 돼요. 가공을 더 많이 해 예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굳이 손을 많이 대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거죠.” 페스타 바이 민구에서도 전체 메뉴의 30%는 제철 식재료 메뉴로 구성해 매번 변화를 주고 있다.

요리 시작 8년차, 30대 초반의 나이에 오너 셰프로 등장(2014년)한 그는 업계에선 단숨에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이름이 붙는 레스토랑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이름’ 자체로 실력과 인지도를 증명하는 셰프가 됐다.

“레스토랑을 하다 보면 많은 일들이 있어요. 매출이 안 좋은 날도 있고, 누군가 그만 두기도 하고, 속을 썩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는 한 마디를 들으면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손님이) 기분 좋게 맛있게 드시고 갈 수 있는 식당, ‘이 집 음식 맛있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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