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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전통무용의 현대화…‘풀리지 않는 숙제’ 장르 구분없는 실험으로 가능성을 찾다
한국창작춤 ‘슬픈 균형’ 리뷰
김성의 ‘슬픈 균형’ 공연장면. [김성의 제공]

‘한국창작춤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가능한가.’ 한국창작춤(이하 창작춤)은 전통무용에 뿌리를 두면서 안무자의 개성과 창의성 그리고 현대성을 지향하는 춤이다. 올 해로 40년을 맞이하는 창작춤은 몇 번의 주목할 만한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의 춤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컨템포러리춤 또는 현대무용이라 불리는 장르와 뚜렷하게 구분 지을 수 있었지만, 최근 창작춤에서 종종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공연으로 한국춤협회가 주최·주관했던 제33회 한국무용제전 속에서 공연된 김성의의 「슬픈 균형(Sad Balance)」이 머리에 맴돈다. 이 공연은 안무자의 외조부가 6.25 사변 때 겪었던 사연과 그 회상에서 시작된다. 그녀가 외조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외조부의 슬픈 기억을 공감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내면적 성찰이 일어났는데, 그 자각을 토대로 창작춤으로 만든 것이다. 안무자는 상대방의 슬픔에 가 닿기 위해 애써 타인의 슬픈 기억을 따라가는 가운데,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애써 자신에게서 슬픔을 끄집어냈던 행위에서의 회의감, 그리고 그렇게 공감한다고 한들 슬픔은 나눌 수 없음을 인정하는 어떤 자기의식과 만나게 된다. 이 공연이 안무자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펼쳐진 공연이지만 내 관심은 두 무용수들의 움직임 패턴에 있었다.

어둠에서 조명이 들어온 무대 위에는 초록색 잔디가 깔려있고 그 위에 안무자 김성의, 그리고 함께 출연한 박준형의 모습이 보인다. 블랙박스 무대와 초록빛 잔디의 조화는 관객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효과적이었다. 그 안에 있는 두 무용수는 어떤 특색이 있는 의상을 입거나 화려한 조명 효과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무대와 잘 어우러지며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이 시작되자 그동안 창작춤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연출됐다. 특히 두 무용수는 창작춤의 호흡 패턴을 의식하지 않는 듯 느껴졌는데, 팔을 괴고 옆으로 누워 잔디를 구르거나, 달리기, 뜀뛰기 또는 다리를 교차하며 어떤 발장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웃음이 나오면 웃고, 숨이 차면 애써서 참거나 견디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휘젓는 팔의 움직임은 맺음을 염두 하지 않은 듯 보였고, 한 다리로 중심을 잡다가 몸이 흔들리면 그것조차도 그대로 놔두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의도하여 포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개하기를 선택했다.

국내의 현대무용으로 분류되는 작품에서 이러한 보습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전통의 색채가 짙은 창작춤의 경우에는 이 공연과 같이 매우 일상적이고도 지극히 평범한 동작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성의의 ‘슬픈 균형’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춤공연의 형태로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창작춤의 또 다른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칼럼니스트/dear.hanky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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