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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로 만나는 우리 ‘금수강산’
국립중앙박물관, 23일부터 특별전
고려시대의 ‘담무갈보살도’부터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 아우르는
독창적 화법 망라 360여점 전시
작가들의 ‘인간적 경치’ 관람기회
선조들이 화폭에 담았던 우리 산하를 만날 수 있는 ‘실경산수화’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특별전은 고려후기부터 시작된 실경산수가 조선 후기 진경산수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본다. [연합]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도’.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겸재가 1711년 금강산을 처음 여행하고 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711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을 처음 여행하고 이를 화첩으로 남겼다. ‘단발령망금강산도’(斷髮嶺望金剛山圖)엔 겸재 일행이 금강산의 입구격인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바라보는 장면이 담겼다. 화면의 위쪽 원경으로 보이는 금강산은 비록 구름에 가렸지만, 그 위세가 당당하다. 중경은 안개속으로 모두 사라졌고, 근경인 단발령은 나무 한 그루까지 자세하게 묘사됐다. 자연 경관과 명승지를 담아낸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지만,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작가 나름의 해석이 담긴 셈이다. 바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시작이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묘사한 산수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약 한 달 간 상설전시실 1층 특별전시실에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1711년)과 김홍도(1745~?)의 ‘병진년화첩’(1796년) 등 고려말부터 조선말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360여점이 전시된다.

실경산수화는 말 그대로 실제하는 산천을 그린 산수다. 그 시작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307년 노영이 그린 ‘담무갈보살도’(曇無竭菩薩圖·보물 제1887호)는 불화이지만 가장 오래된 금강산 풍경화다. 이같은 실경산수 전통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진다. 조선 전기의 실경산수인 계회도(契會圖), 강릉 경포대와 총석정의 풍광을 담아낸 ‘경포대도’(鏡浦臺圖)와 ‘총석정도’(叢石亭圖)가 그 증거다.

진경산수화는 이보다 늦은 조선후기에 나타난다. 실경산수에 뿌리를 두되, 사상적 표현을 가미했다. 이수미 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진경산수 화가들은 실경산수화 전통 위에서 중국 남종화 양식을 수용하고, 자연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 독창적 시각과 화법을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 실경산수화의 개념과 등장배경, 제작과정을 조명한다.

제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 실경산수화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제2부에서는 김홍도가 묘사한 금강산 초본과 정수영(1743∼1797)이 한강과 임진강을 유람하고 그린 두루마리를 중심으로 초본을 전시했다. 당시 화가들이 썼던 휴대용 붓과 먹물통, 두루마리 초본이 흥미롭다.

이어 제3부는 화가의 시선이 담겼다. 초본과 답사 기억을 바탕으로 자연 풍경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만나볼 수 있다. 제4부에서는 작가가 실경을 뛰어넘어 경치를 재해석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읽힌다. 특히 그림에 적힌 발문을 보면, 눈 앞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월 2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과 연계해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도 조선시대 그림 32점을 선보인다. ‘그림과 지도 사이’, ‘관아官衙와 누정樓亭이 있는 그림’이라는 두 개 전시에서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배기동 중앙박물관장은 “우리 강산은 참으로 인간적인데, 그 풍경을 화가들이 각자 미감으로 그렸다”며 “1999년 금강산 전시에 이어 20년 만에 북한 지역을 그린 산수화를 대거 선보이는 자리로, 박물관이 통일의 길로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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