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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 막힐까봐 어렵다, 어렵다 말도 못한다”…부품사들의 한탄
- 부품사, ‘자금경색→생산라인 개발 난항→판매량 감소’ 악순환 반복에 위기 심화
- “해외에는 ‘투자 대출’ 존재…韓 은행도 부채비율 높은 이유 살펴보고 판단해야”
- “내연기관차 부품사 투자, 장기적으로 미래차 역량 강화에 도움”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제3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이 열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자꾸 어렵다고 말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할까봐 힘들어도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애로사항을 취재하던 중 만난 한 부품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고정비는 오르고, 시장은 침체돼 난감한데 은행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사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자동차 생산·판매량이 둔화되며 일감이 줄어드는 가운데 최저임금 상승,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경쟁력까지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상승해 ‘자금줄’까지 막히며 미래차로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부품사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71조44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78조118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1차 부품업체 수도 지난해 기준 831곳으로 전년보다 20개 줄어들었다. 이에 2017년 말 기준 40만1000명에 달하던 고용인원이 올해 4월 38만5000명으로 1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불과 1년4개월만의 일이다. 지난해 1차 협력업체의 경우 28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8000명을 감원했다. 김준규 KAMA 실장은 “이러한 산업 위축은 구조적인 산업경쟁력 하락에 의한 것”이라며 “임금상승, 낮은 생산성, 노조의 생산현장 통제 등으로 국산차만의 가성비 강점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부품사들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건 ‘비용 부담’이 가장 크다.

김주홍 KAMA 정책기획실장은 “지역별 순회 간담회에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년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40~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건비 부담과 내수부진은 물론 높은 대출금리와 까다로운 금융조건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전날 서초동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3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도 이와 같은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부품사 관계자들은 이날 포럼에서 “은행들이 부채비율이 높은 업체들의 대출을 꺼리는 것도 이해하고, 모든 부품사를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왜 부채가 많은지 살펴보고 옥석을 가려줬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수·해외 자동차 시장의 침체→판매량 감소→공장 가동률 및 매출 하락→영업이익 급감→부채비율 증가 및 신용등급 하락→금융권의 신규대출 중단 및 대출 회수→자금경색→생산라인 개발 난항’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및 생산라인 개발의 경우 최소 8개월에서 1년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대금 수금 조건은 해외 원청사의 지급 조건을 따라야 하는데, 수주 후 개발 비용을 국내 하도급법 등에 의거해 국내 부품사가 수금 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근 금융기관들이 자동차산업의 침체를 이유로 신규대출, 대출 연장 등을 꺼려하며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스티어링휠을 생산해 BMW와 재규어랜드로버 등에 납품하는 S사는 임원은 “일본에는 ‘투자 대출’이란 게 있어 이를 통해 부품·생산라인 개발을 진행한다”며 “우리 은행도 단순히 부채비율만 볼 게 아니라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라든지 가능성을 살펴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 부품사의 고충은 더욱 크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부품사 대표는 “대부분의 금융지원이 전기차에만 국한돼 있고 내연기관은 지원을 기대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전체의 50%에 달하는 친환경차 중 20%만이 순수 전기차인데 지원은 전기차에만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기존 내연기관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미래 차 산업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KAMA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의 평균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3%로, 해외 부품사인 보쉬(7.6%), 덴소(8.8%), 컨티넨탈(10.3%)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는 지난 2일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미래 자동차산업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김득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최소한 자동차 부품사들의 신규·만기 대출 심사는 개인의 책임이 큰 지점 차원이 아닌 본사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올바른 투자와 대출심사를 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완성차업계의 판매 감소와 원가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율 하락이 부품업체의 재무건전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국내 부품업체의 경영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부품 공급망이 단절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사와 더불어 금융·세제지원, 연구개발 지원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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