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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유가폭등 우려
美 유조선 피격 후폭풍
세계원유 24% 지나가는 길목
美, 對이란 제재 심화 가능성
무역전쟁·美공급량도 변수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해 입장을발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말했다. [AFP]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제 유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요 부진과 미국의 ‘셰일가스 붐’에 힘 입은 원유 공급량 증가가 최근의 중동 발(發) 유가 상승 압박을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가 심화되고,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현실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1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오만 해상의 유조선 피격 사건 보도 이후 일제히 급등했다가 이후 소폭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4.5% 가량 치솟았지만, 안정세를 보이며 결국 2.2% 상승한 52.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무덤덤했다”고 평가했다.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매일 약 2250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며, 이는 세계 일일 석유 생산량의 24%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달에도 아랍에미리트 해안에서 4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후 한 달 만에 또다시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중동의 정치, 지정학적 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날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최근 5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 정보 서비스의 톰 클로자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다른 해 같았으면 5~10% 가량 유가가 상승했을 텐데, 이번에 시장의 반응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RBC캐피탈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유조선이 6대나 공격을 당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모든 사태의 조합은 브렌트 유가를 62달러가 아니라 100달러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61달러대를 오르내렸다

중동발 공급 제한 우려를 억제시키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 경제를 덮친 무역 긴장의 상승과 성장 둔화다.CNN비즈니스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전쟁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잠재적인 위협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급증하면서 공급 측면의 유가 하락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두프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원유 공급 증가는 지정학적 사건에 대한 방화벽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유가 역시 상승 압력이 커진다. 만약 당장 미국의 대(對) 이란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면 유가 상승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상품연구 책임자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면 당장 올 여름부터 유가가 상승해 가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송 과정에서의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보험료 및 선박 운항 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유가가 영향을 받을 여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해운사들이 선박 운항 비용 인상을 통해 이후 보험료 등을 상쇄시키려고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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