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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리적 소비단체 “비비안 웨스트우드 활동가인가, 그린워시의 여왕인가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스스로 ‘운동가’로서 자신의 행보가 패션 디자인보다 우선 순위라는 점을 인정한다. 특히 “적게 사고, 훌륭하게 입으라”라는 메시지로 대표되는 환경 운동가로서 웨스트우드의 활동은 그 여느 환경 단체의 활동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최근들어 SPA 등 패스트 패션을 지양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동시에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웨스트우드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윤리적 패션’을 실천하고 있냐는 점은 논란거리다. 소위 ‘하이패션(명품)’으로 분류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브랜드가 표면적으로는 하이패션과 윤리적 패션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비영리단체 리마크(Remark)는 지난해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활동가인가 아니면 그린워시(Greenwash)의 여왕인가’란 글을 통해 정작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환경 보호’에 대한 디자이너의 외침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더러운 곳을 가리는 화이트워시(Whitewash)의 합성어인 그린워시는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리마크에 따르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제품은 대부분 석유로 만들어진 물질로 제작된다. 이는 기후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근절하겠다’는 웨스트우드의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리마크는 양보다 질을 추구함으로써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웨스트우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여전히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브랜드 운영방식을 토대로 리마크가 측정한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00점 만점에 21점의 낙제점을 받았다.

리마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브랜드는 환경 정책과 탄소 배출량, 노동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소통이 부족하다”면서 “이 브랜드는 그들이 공공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조차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윤리적 패션을 확산시키기 위해 웨스트우드가 전개해 온 캠페인에 대해서는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다. 상징적인 디자이너들이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빛을 발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웨스트우드가 윤리적 패션 이니셔티브와 협업을 통해 공개한 ‘핸드메이드 위드 러브(Handmade with Love)’란 제목의 가방 콜렉션은 아프리카의 지역 장인들에 의해 제작됐고, 재료 역시 캔버스, 도로변 현수막, 놋쇠 등 재활용품들이 사용됐다.

리마크는 “이 프로젝트는 공정무역, 기업가정신, 재정적 독립을 통해 여성 장인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목표를 잘 따르고 있다”면서 “이러한 진보적인 움직임은 인정을 받을 만하며, 우리는 더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 뒤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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