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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결국 금리인하 여지, 韓銀 총재의 아쉬운 그간 발언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발언이다.

시장은 여지없이 반응했다. 발언 직후 외환시장에선 원화 약세(환율 상승)가 두드려졌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안그래도 연저점을 심심찮게 새로 찍는 게 요즘 국고채 금리였다. 심지어 일부 장기물은 기준금리마저 밑도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미 예금 금리를 떨어뜨려 왔다. 마치 세상이 온통 이 총재의 입만 바라보다 그의 말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그동안 금리인하론에 대해선 신중하다 못해 완강하기까지했던 이 총재가 입장 변화의 문을 연 것은 환영할 일이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기준금리를 움직이는데엔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당장하는건 아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과 같은 사전 조치도 필요하다. 시장이 일러도 3분기, 늦으면 연말로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점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는 시장의 신뢰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됐다. 그동안 너무 강한 발언만을 쏟아내왔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여 전만해도 그는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의견을 낸 것이 알려지자 이 총재는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금리 인하 시그널은 아니다”라고 했다. 불과 열흘 남짓만에 입장 변화를 보일 것이었다면 “통화정책은 다양한 의견의 절충과정”이라든지 “소수의견 그 자체로만 봐 달라”는 정도에 그쳤어야 했다.

게다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말한 직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은 더 큰 구설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경제 부총리와는 대립각을 세우더니 청와대와는 금방 입을 맞춘다는 비판에 내놓을 말이 없지 않은가.

그나마 이 총재가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면서 “노동시장 유연ㆍ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의 미온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은 다행이다. 말은 달라져도 할말은 해야 한다. 앞으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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