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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역사도 우주의 꿈도 품은 섬들의 하모니, 고흥반도
유인도 23개·무인도 147개 둘러싸여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해산물…

어린 사슴을 닮은 ‘상처의 섬’ 소록도
숲 체험코스로 유명한 ‘힐링섬’ 거금도
쑥으로 유명한 ‘전남1호 민간정원’ 쑥섬
다도해 풍경 즐기기 더없이 좋은 팔영산

고흥이 숨겨놓은 보석같은 쑥섬(애도)은 고흥에서도 한참 끄트머리에 있어 다다르는데 공을 들여야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은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이제 겨우 6월 문턱인데 바깥날씨는 삼복이다. 때 이른 더위가 닥쳐오면서 안그래도 짧은 봄은 이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보내줘야할 판이다. 봄이면 매화부터 동백 산수유 등을 차례로 피워내며 눈호강을 시켜주던 남도의 아름다움을 즐길 시간도 빼앗긴 기분이다.

하지만 더우면 더운대로 산과 들, 꽃과 나무, 바다와 섬들이 펼쳐진 남도의 (여름같은) 봄은 여전히 아름답다.

전남 고흥은 남해안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다. 장흥 보성을 지나 벌교로 가기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고흥에 닿는다. 북쪽으로는 순천 오른쪽에는 여수가 있다. 고흥반도를 둘러싼 바다는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해산물을 내어주는 곳이다. 왼쪽은 득량만 오른쪽은 여자만이 펼쳐져있다. 고흥은 다도해에 면한 반도답게 많은 섬을 끼고 있다. 유인도가 23개 무인도가 147개가 고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소록도, 우주의 꿈을 담은 나로도 쑥으로 유명한 애도, 가장 큰 섬인 거금도 등 둘러볼만한 곳이 많다.

쑥 애자를 쓰는 애도(艾島ㆍ쑥섬)는 고흥반도에서도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어 가는데 제법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고흥에서 내나로도를 거쳐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항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작은 배라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애도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대한민국 가고 싶은 섬 33’에 2016, 2017 2년 연속 뽑혔고,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등재될 만큼 아름답다.

수선화, 꽃양귀비, 천일홍, 다알리아, 접시꽃, 라벤더 등 300여 가지 꽃들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국내 유일의 해상 꽃 정원인 별정원과 200m 수국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3㎞의 몬당길, 수 백 년 된 돌담길, 난대수종 원시림 등이 있다.

쑥섬의 난대원시림은 주민들이 신성시 하던 곳으로 수백 년 세월을 이겨 온 육박나무를 비롯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남자산포바위와 여자산포바위, 신선들이 내려와 쉬었다는 신선대와 대감바위, 일몰이 다름다운 성화등댓길도 인기 코스다.

별정원은 김상현, 고채훈 부부가 6년 동안 직접 연구하며 꽃씨를 심고 가꾼 정원으로 국내외로 보기 드문 해상정원이다. 

아픈 역사를 품었지만 많은 한센환자들이 생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소록도.

녹동항에서 1㎞ 남짓 떨어진 소록도는 많은 이들에게 ‘아픔과 상처’로 기억된다. 섬이 어린 사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로 불리는 이 작은 섬은 일제 강점기때 한센병 환자들을 이주시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700여 명의 환자들이 삶과 희망을 가꾸고 있는 섬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1992년 한센병 완치국가로 등록되었다. 방문객들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까지만 출입이 허용되며, 방문시간도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만 가능하다.

소록도 안에는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록도 감금실과 한센병 자료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역사적 건물과 표지판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중앙공원은 1936년 일본인 자혜의원장이 천황에게 바치기 위해 환자들의 눈물과 땀을 동원해 지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공원이다.

자신의 생을 바쳐 한센인들을 도왔던 파란눈의 천사들도 잘 알려져있다. 1961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헌신적 봉사와 사랑으로 한센인들과 함께 했던 마리안느 스퇴거(85)와 마가렛 피사렛(84) 수녀는 소록도 천사, 소록도의 어머니로 불린다. 실제로는 간호사였던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에 한국을 찾아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평생을 지냈다. 2005년 11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거동이 불편해지자 불편을 주기 싫어 떠난다는 편지를 남기고 돌아갔다.

‘마리안느·마가렛 노벨 평화상 범국민 추천위’는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돌본 오스트리아 출신 두 간호사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100만 명을 목표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범국민추천위는 내년 1월쯤 두 간호사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소록도 바로 밑에 있는 거금도는 섬이었으나 2011년 거금대교로 이어져 육지가 되었다. 조선시대 방목지의 하나로 ‘절이도’라 했으며 큰 금맥이 있어 ‘거금도’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거금도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숲을 체험하는 코스로도 좋다. 거금 생태숲은 숲 관찰로, 구름다리, 자생식물원 군락지, 생태숲 전시관 등이 있어 고흥군을 대표하는 힐링 장소다. 특히 거금 생태숲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경이 일품이다.

아름다운 오천 몽돌해변은 모래대신 커다란 몽돌바위부터 아기자기한 몽돌이 가득하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몽돌사이를 훑고나가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있는 봉래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지만 제법 등산하는 맛이 난다. 정상에 올라가면 봉화대가 있고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인근 선죽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유명하고, 소사나무 고로쇠나무 소나무가 많다. 1920년대에 조성된 이곳의 편백나무는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훼손되지 않았다. 수령 100년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높이 20~25m 가량 되는 대규모 편백나무 및 삼나무 숲에서 상쾌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고흥군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팔영산은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팔영산은 중국 위왕이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감탄해 찾아와 제를 올리고 그 이름을 ‘팔영산’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팔영산은 특히 488ha에 이르는 30~40년생 편백나무 숲이 매력적인 곳으로 숲을 따라 10㎞ 정도의 숲길이 조성되었다.

고흥분청사기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의 분청사기 가마터인 사적 제519호 운대리 가마터에 자리잡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흥의 역사문화자원을 전시, 관람,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흥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와 운대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분청사기실’, 고흥의 대표적인 설화를 소개하고 설화 관련 자료와 콘텐츠 성과물을 볼 수 있는 ‘설화문학실’ 등이 있다. 설화의 내용을 조형물로 표현한 야외 분청공원, 수준 높은 문학가들의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도 갖추고 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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