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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의 ‘독재자’ 독설…毒이냐, 藥이냐
-청와대-한국당 ‘독재자 후예’ 두고 연일 설전
-정치권 “국회 정상화에 찬물” 비판 이어져
-당내에서는 “야당 존재감 드러내” 옹호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독재자의 후예’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정치권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황교안발(發) ‘막말 정치’가 국회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ㆍ중진의원 회의에서는 연일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와의 설전과 관련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용기 당 정책위의장은 “청와대에서는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돌려 드리고 싶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얘기가 왜 외신과 국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공감 받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회의에 참석한 이주영 국회 부의장 역시 “문 대통령은 역사적 아픔을 슬퍼해야 할 5ㆍ18 기념식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를 보여줬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라는 표현을 써선 안된다.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에 헌화를 하며 지지자들에게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이 아니냐”며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이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달라.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황 대표 발언이 전해지며 청와대와 한국당은 서로를 ‘막말’로 규정하며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애초 ‘독재 후예자’ 설전의 시작은 문 대통령이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 기념식에 참석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5ㆍ18 망언 의원 징계 문제와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추천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기어이 나라를 반동가리 내려 하는가”라며 “한국당에 대한 적개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독재의 후예 발언을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5ㆍ18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설전은 청와대와 야당 간의 싸움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하나의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며 재반박에 나섰고, 한국당은 “문 대통령을 향하는 ‘독재자’라는 비난이 그만큼 뼈저리다는 자기고백과 같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로 인해 모처럼 정상화 모멘텀을 찾은 국회가 막말로 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모여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의 대화 국면에 황 대표가 찬물을 뿌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반복되는 막말 논란에 “금도를 넘어섰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다”며 “이렇게 설전을 거듭할수록 결국 황 대표의 위치는 문 대통령과 대등해질 가능성이 크다. 당 입장에서도 대표의 존재감 부각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황 대표는 장관과 국무총리 등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당 내에서도 대권주자로 지지를 얻어왔다”며 “지금은 입당 이후 강한 발언을 통해 자신의 보수 지지기반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결집시켜 대권을 향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osyoo@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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