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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베니스비엔날레] 땅의 작가 윤형근, 물의 도시를 울리다
포르투니 미술관서 대규모 회고전
VIPㆍ언론 프리뷰 행사 750여명 참석
“충격적”…한국미술 호평 쏟아내 

베니스 시립미술관인 포르투니 미술관은 제 38회 베니스비엔날레를 맞아 한국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있는 날것의 벽위로 거친 면포나 마포위 큰 붓으로 억압적인 시대를 향한 울분을 토한 윤형근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헤럴드경제(베니스)=이한빛 기자] 수 백년 시간의 두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벽돌 벽 위에, 오묘한 청다색의 그림이 자리잡았다. 촛불을 켠 듯 따뜻한 조명이 그림을 비추자, 마치 그림의 원 자리가 이곳이었던 듯 단단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오픈일에 다소 소란스러운 밖과 달리, 전시장엔 완벽에 가까운 고요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거친 면포나 마포위에 큰 붓으로 푹 찍어 내려, 색이 물들지 않은 빈 공간이 전시장과 어우러져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인간이 발 디디고 선 땅에 가까워지려 했던 작가,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 윤형근의 작업이 베니스의 포르투니 미술관에 걸렸다. 8일(현지시간) 베니스 시립미술관 포르투니 미술관(Fortuny Museum)은 윤형근(1928~2007)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공식 개막일인 8일엔 제이 엘 레빈슨 미국 뉴욕 모마미술관 인터네셔널 프로그램 디렉터, 정도련 홍콩 엠플러스 부관장, 데이비드 즈워너 등 750여명 미술계 주요인사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혹자는 마크 로스코의 추상성을 읽어내고 혹자는 한국 미술에 충격을 받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다리오 달라 라나 포르투니 미술관 큐레이터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붉은 벽돌에 걸린 암갈색의 작품의 깊이감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 윤형근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 윤형근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이번 윤형근 전시가 뜻깊은 건 국립현대미술관 50년 역사상 첫 해외 수출전시이기도 해서다. 지난해 8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윤형근전’ 개막식에 바르토메우 마리 당시 관장과 친분이 있던 다니엘라 페레티 포르투니 미술관장이 참석해 전시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다니엘라 페레티 관장과 윤형근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의 보조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다니엘라는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윤형근의 작업을 눈여겨 보았고, 그의 작품세계에 빠지게 됐다. 24년 뒤, 베니스의 유서 깊은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의 시초는 여기서 출발했다.

포르투니 미술관은 유명 디자이너 마리아노 포르투니(1871∼1949) 사택이었던 건물은 작가 사후 시에 기증돼 1975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 하고 있다. 베니스 대표 시립미술관으로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미술관 중 하나다. 개인전이 열린 것은 세계적인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이후 윤형근이 두 번째다.

전시엔 서울에서 개최된 회고전의 내용과 작품을 기반으로 20여점이 추가됐다. 마포와 면포를 활용한 작업외에도 한지작업도 나왔다. 미술관 4개 층 중 3개 층에서 유화 60여점과 드로잉, 아카이브 등 100점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포르투니미술관 외에도 악셀 베르포르트, 데이비드 즈워너, 사이먼리, 블럼앤드포, PKM 등 5개 갤러리가 전시를 지원한다.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 윤형근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한국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 전이 열리는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 정문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전시를 담당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방마다 작품 크기 등을 고려해 연출했다”며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있는 건축물에 무심한듯 자연스레 걸려있는 윤형근의 작품은 서울 화이트 큐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윤형근’과 함께 베니스에서 동시대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라는 주제로 해군장교클럽 베니스 미팅 포인트에서 7~11일까지 개최한다. 윤형근 전시는 11월24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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