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로봇 신부님 “내일의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SanTO’ 종교 로봇 속속 개발
일반인 말걸면 성경문구 읽어줘


지난 2017년 독일에서 선보인 ‘블레스유-2’ 시연 모습. [유튜브 갈무리]

4차산업혁명으로 신부나 목사, 스님과 같은 종교인들의 자리도 도전받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성당이나 교회에서 신도를 대상으로 설교하고, 절에서 스님을 대신해 법회를 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는 신도들에게 종교적인 위안을 줄 수 있는 로봇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로봇 기술자이자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가브리엘 트로바토는 지난해 2월 로마에서 개최된 종교 예술 전시회에서 종교 로봇 ‘산토(SanTO)’를 소개했다.

산토는 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직자를 닮은 43cm 크기의 로봇이다. 컴퓨터와 마이크, 얼굴 인식 카메라 등이 장착된 산토는 일반인이 말을 걸면 성경에 나오는 문구를 읽어준다.

실제로 개발자인 트로바토가 말을 걸자 산토는 울리는 목소리로 “마태복음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내일의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고,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라고 대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해 5월 독일에서 열린 노인 보호 컨퍼런스에 전시되기도 한 산토는 일본의 상호 작용 로봇인 엘리큐(ElliQ)나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와 같이 외로운 노인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종교 로봇의 개발은 새로운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종교 로봇은 창조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종교 정체성을 흔들 수 있으며, 종교와 경쟁 관계에 있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에 힘을 싣는다는 지적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나 운동을 뜻한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맨하튼 대학의 종교학 교수인 로버트 제라시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종교에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종교 로봇의 개발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종교와 경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교 로봇의 개발은 로봇이 과연 신앙심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지, 유태교에서 예배를 하는데 필요한 예배 정족수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도 어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태교에서는 13세 이상 남성 10명을 예배 정족수로 하고 있다.

종교학자들의 우려와 달리 종교 로봇의 개발이 종교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토를 디자인한 트로바토는 “종교는 처음에는 구전을 통해, 이후 인쇄술과 매스 미디어의 개발에 따라 발전해 왔다”며, “AI와 로봇이 종교의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마 카톨릭 성직자인 로이스 드 생 차마스는 “산토와 같은 형태의 로봇은 종교 관련 정보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15세기 인쇄술 발명과 1963년 카톨릭에서 텔레비전을 수용한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독일에선 지난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인간의 축복을 비는 ‘블레스유-2(BlessU-2)’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얼굴과 양팔, 그리고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이 로봇은 7개국 언어로 말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 각각의 목소리로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이 로봇은 1만명 이상 이용자들에게 축복의 메지시를 전했으며, 2000명이 후기를 남겼다. 이들 후기 중 절반이 긍정적이었으며, 29%는 중립, 나머지 20%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 연구진은 블레스유-2는 인간의 창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종교 기관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종교 서비스 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