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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ㆍ냉수욕ㆍ단식…실리콘밸리는 왜 ‘금욕주의’에 빠졌나
극한의 생존경쟁에 대한 반작용…‘내면의 평화’ 찾는 기업가들
NYT “실리콘밸리에 ‘스토이시즘’ 번지고 있어”
스토아 학파 ‘키케로’ 이름 딴 공공부문 발전 위한 로비단체 설립


NYT는 2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 불고있는 ‘스토이시즘’ 열풍을 조명했다. 사진은 스토아 학파의 대표적 철학가인 키케로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트위터의 잭도시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아침 약 8km를 걸어서 회사로 출근한다. 1년에 열흘 정도는 묵언 명상을 한다. 그는 최근 한 팟캐스트를 통해 ‘냉수욕(冷水浴)’과 ‘하루 한 끼 식사’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참여형 뉴스사이트 디그(digg)의 설립자인 케빈 로즈는 한 인터뷰를 통해 비오는 날 산책 시 비옷을 입지 않거나, 한겨울에 샌들차림으로 밖을 나선다고 했다. 그는 “선조들의 생활환경과 일상적인 도전을 접목시키려고 노력한다”면서 “나는 항상 편안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본거지이자, 스타트업의 상징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때 아닌 금욕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의 금욕주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축적된 피로감과 스트레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분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왜 실리콘밸리는 고통의 미덕에 집착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토이시즘(Stoicism)’을 조명했다.

스토이시즘의 사전적 정의는 희열이나 비애의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평정을 유지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운명을 감수하는 인생관을 말한다. 스토이시즘은 생활태도 면에서 ‘절제주의’, 혹은 ‘금욕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NYT는 “실리콘밸리의 갑부들은 조용히 명상하고, 의도적으로 금식을 하거나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면서 “현재의 실리콘밸리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고대 철학인 스토이시즘이다”고 말했다.

과거 ‘성공’에 집착했던 스타트업은 오늘날 그들의 사명이 삶을 ‘무탈하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경영자들은 금욕적인 삶이 이 같은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기꺼이 고통을 감수한다. 디그의 CEO인 케빈 로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토이시즘이 ‘생존 경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한다. 아마존과 구글의 초기 투자자 존 도어의 표현을 빌리면 ‘역대 최대의 합법적인 부를 축적’한 실리콘밸리지만 그 이면에는 스트레스와 슬픔이 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타 팔머 시카고대학 현대사 교수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일종의 ‘슬픈 무기력함’을 보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며 ”만약 당신이 37살에 부자임에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토이시즘은 “극심한 생존경쟁으로 인한 슬픔에 대한 훌륭한 치료법“이라면서 ”스토이시즘의 목표는 내면의 편안함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로비단체 ‘키케로 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홈페이지 캡처]

실리콘밸리 내 스토이시즘의 부상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지난해 설립된 로비단체 ‘키케로(Cicero) 연구소’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가 키케로의 이름을 그대로 딴 이 단체는 스토이시즘의 윤리체계를 상당부분 수용한다. 웹사이트도 “나는 항상 옳은 일을 함으로써 얻는 비인기는 전혀 인기 없는 것이 아니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키케로의 말로 장식돼 있다.

위기에도 주가는 오르고, 온갖 추문에도 승진과 보수인상을 누리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현재는 ‘모든 창업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구호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키케로 연구소는 의료나 교육, 교통 등 ‘공공 부문’의 발전을 위한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키케로 연구소는 자신들의 설립 목표에 대해 “기업가들은 많은 산업에서 발전을 이루었지만, 가장 필요한 분야에 기여하지 못했다”면서 “연구소는 기업가들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도록 자극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용기있게 나서는 ‘현대식 키케로’와 협력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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