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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서 맞붙은 북미, 하노이 후 첫 비핵화 설전
-제네바 군축회의서 양국 대표 팽팽한 기싸움
-美 “선 비핵화 해야 北 안보-경제개발 담보”
-北 “단계적 비핵화 입장 불변…신뢰구축과 병행 필요”

북한과 미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석상에서 비핵화 이슈를 두고 맞붙었다. 북미가 제3국에서 핵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것은 지난달말 노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일림 D. S.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 담당 차관보. [미 국무부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군축회의 석상에서 비핵화 이슈를 두고 맞붙었다. 양측은 한치 양보도 없었다. 미국 측은 “우리 입장은 확고하다”며 선(先)비핵화 없이는 대가도 없을 것이란 기조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 측 발언은 수용 불가능하다며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안’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미 간 제3국에서 핵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것은 지난달말 노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후 처음이다.

양국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9주차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20일 유엔이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한 녹취파일 등에 따르면 회의장엔 미국과 북한을 비롯해 중국ㆍ러시아ㆍ이란ㆍ호주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우크라이나ㆍ베네수엘라 등 11개국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일림 D. S.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 담당 차관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이 확고하다(unwavering)”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북한이 안보와 경제개발을 담보할 유일한 길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전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블레티 차관보는 북한과 군사분야 협력 중인 나라를 향해서도 “즉각 중단하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당신들(북한과 무기ㆍ군사 관련 거래 중인 나라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개인ㆍ단체들에 대한 제재 또한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첫 순서에 배치된 포블레티 차관보 발언은 총 45분 간 이어졌다.WMD와 핵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러시아ㆍ시리아 등을 차례로 비판했다. 북한 관련 언급은 이란과 중국에 이어 다섯번째 순서였다. 발언 시간은 1분 내외로 길지 않았다. 그러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행정부 관료가 자국 언론에 대고 날린 ‘간접 메시지’가 아니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후 열린 첫 국제회의 공개석상에 나와 북한 대표를 앞에 두고 한 최초의 비핵화 언급이란 점에서주목된다.

이에 북축도 강하게 맞섰다.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약 5분 간 이어진 발언에서 “미국 측 언급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completely unacceptable)”고 반박했다. 주 참사관은 이어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북한 입장은 변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 두 나라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다”며 “신뢰 구축이 진전되는 동안 문제들을 하나씩 실현 가능하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또 “그것이 하노이 정상회담서 우리가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참사관은 특히 “핵과 미사일 실험을 15개월 동안 중단했는데도 자국에 대한 모든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비핵화 전에 제재완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preposterous argument)”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번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면제 방안과 대북 제재 명단 수정 등을 논의한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날 보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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