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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금품으로 얼룩진 ‘중통령 선거’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에게 금품·향응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97조 ‘방송·신문의 불법이용을 위한 행위 등의 제한’이다.

안타깝게도 ‘중통령’이라고 불리는, 부총리급 의전을 받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며, 각종 경제·노동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 법 조항이다.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진흙탕’으로 전락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중기중앙회장 후보 A씨의 비서실장이 최근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하며 현금 50만원과 여성용 손목시계를 언론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A씨는 비서실장이 금품을 건넨 사실에 대해 ‘모르는 일이며, 문제가 돼 봤자 김영란법 위반 정도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기중앙회장을 뽑는 선거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서 가능한 일이다. 협동조합법에는 조합장과 달리 언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A씨 측 관계자는 현금과 귀금속을 선거인에게 건넨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만약 공직선거법이 적용된다면 달라진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와 같은 등록된 선거운동원이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하며,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 등으로 후보자도 같이 처벌받는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법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대한 강행규정이 있다. 선거범에 대한 처벌이 임기가 끝난 후에야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협동조합법에는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임기를 마친 후에야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현 박성택 회장 역시 금품선거 의혹으로 2015년 7월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은 2017년 4월이 돼서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나왔고, 2심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4년 임기를 마쳐간다.

중기중앙회장의 높아진 위상에 비해 도덕성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언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에도 책임을 피하는 후보를 수장으로 세울 것인지, 아니면 깨끗한 선거를 위해 법·제도를 고쳐 나갈지, 남은 것은 선거인의 선택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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