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새해 국정연설에서 “2월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확정되면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등 한반도정세 급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헤럴드DB]

“한반도 평화 향한 역사적 노력 지속”

비핵화ㆍ남북ㆍ북미관계 급진전 가능성

비건 특별대표 평양 도착 실무협상 돌입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두 번째 핵담판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서 “2월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최도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 유치 경험이 있는 다낭으로 좁혀진 기류다.

▶트럼프 “할 일 많지만 김정은과 좋다”=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은 작년 6월12일 싱가포르에 이어 260여일만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둘러싼 포괄적 합의에 이어 이번 베트남에서 보다 진전되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일치기에 그친 반면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이틀 간 진행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차 북미정상회담은 오전 9시에 시작해 단독ㆍ확대정상회담과 업무 오찬 후 오후 2시께 일찍 종료됐다”며 “이번에는 북미 정상이 1박2일의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확정지은데 이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일 오산 미군기지에서 VIP용으로 개조한 B737편으로 평양으로 이동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비건 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공식 영접행사 뒤 평양 시내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 측 카운터파트로 국무위원회 소속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대사와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담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北美, 비핵화ㆍ상응조치 구체화 관건=북미 양측간 주고받을 카드와 관련해선 북한의 영변 핵시설ㆍ동창리 엔진시험장ㆍ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더한 우라늄 농축시설 등 ‘플러스 알파’(＋α), 그리고 미국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논의, 대북투자 지원 등이 거론된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서울과 평양 방문 직전 한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이 모든 것을 다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양측에 신뢰를 가져다줄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남북 정상이 의지를 과시한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가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는 대북제재 논란을 회피하면서도 북한에 비핵화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올 한해 한반도정세가 급진전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진다. 정 본부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및 플러스 알파에 합의하게 되면 올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한반도 종전선언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남ㆍ북ㆍ미ㆍ중의 협상 개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을 위한 공사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북미ㆍ남북관계 개선은 이후 다시 북한 비핵화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1단계 조치뿐 아니라 2단계 조치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까지 합의하려면 미국도 제재완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제재완화 문제에 대해 계속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 또한 비핵화 진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미는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과 더불어 조만간 경호ㆍ의전 등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준비를 위한 논의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2주 전부터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접촉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에서는 김 부장이 나서고, 미국에서는 퇴임한 헤이긴 부비서실장을 대신해 후임인 대니얼 월시 부비서실장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에 따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고위급선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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