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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2명 ‘안갯속’ 베네수엘라…‘국제전’ 비화
트럼프 2000만弗 인도적 지원
EU 등 연합 마두로 퇴진 압박
중·러 “내정에 간섭말라” 경계
정정불안…원유시장에도 파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 및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이 국제사회로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미주 우파정권과 유럽연합(EU) 등은 마두로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고, 중국과 러시아는 “외부세력은 베네수엘라 내정에 개입말라”며 사실상 현정권을 지지했다. 이같은 국제사회 편가르기의 뒷배경에는 냉전시대로부터의 전통적 동맹 관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대한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가 주요 산유국인만큼 원유시장에도 파급이 전망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2000만 달러(약 226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며 마두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EPA]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회의에 참석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우리의 원조 발표는 임시대통령이 이끄는 국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 의장의 요청에 따른 원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이도 의장은 우파 야권과 반정부 운동을 이끌며 전날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 대통령에게서 과이도 국회의장으로 지지 의사를 옮기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제적인 압박 고조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도 요구했다. 앞서 미주지역 국가들이 회원인 OAS는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그의 재임이 불법이라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19표 대 반대 6표로 채택했다. EU와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3개국도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법원의 사법 연도 개시 기념식에 참석, “내가 물러나야 할 헌법적 이유가 없다”면서 “야권의 쿠데타에도 계속해서 집권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은 미국에 의해 선동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위헌적인 꼭두각시 대통령을 세우는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이날 마두로 정권 지지를 표명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좌파 정권이 들어선 멕시코 등은 미국의 입장을 베네수엘라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국의 간섭은 국제법의 기본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독립과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을 안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동시에 외부 세력이 베네수엘라 내정을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처럼 마두로 지지에 나선 이유는 과이도 국회의장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할 경우,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무산될까 염려되기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지난해 1~3분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간 무역 규모는 7940만 달러(약 895억원)로,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량 늘었다. 마두로 정권 출범 이후 러시아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는 총 41억 달러(약 4조6211억원)가 넘는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총 550억 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날 원유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정 불안이 심화하면서 원유 공급이 줄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수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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