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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생각하는 손’ 키우는 해외건설 마이스터고

  • 기사입력 2019-0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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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달된 장인은 그의 눈과 손을 쓸 때 리듬을 탄다. 나아가 손동작은 작업에서 생기는 리듬을 통해 더 정밀해지기도 하고 교정되기도 하는데, 역으로 이렇게 리듬을 타는 동작을 통해서 작업을 끌고 간다.”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장인’이라는 책에서 장인을 ‘생각하는 손’으로 형상화했다.

세계적으로 기술이 발달한 독일에서는 자동차 부품은 물론 소시지와 맥주에 이르기까지 ‘마이스터’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면 높은 보수와 명예를 약속받는다. 스위스 역시 직업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해 숙련된 기술인을 양성하고 있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직업학교에 입학하면 연계된 기업에 취업해 회사 근무와 학교 수업을 병행하며 기술을 익힌다.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직업교육은 이 두 나라를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우리나라도 소질과 적성에 따른 전문가 성장 경로를 제공하고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이스터고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내 유일의 해외건설·플랜트 마이스터고인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의 첫 번째 졸업식이 있었다. 해외건설 전문 인력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육성하고자 2016년 문을 연 마이스터고가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첫 졸업생 126명 중 66%는 취업이 확정됐고, 19%에 해당하는 24명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구인요청이 들어와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 대학·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이 66%대인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마이스터고가 경쟁력을 갖추고 인기 있는 직업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저 학교는 첨단화된 실습실을 갖추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해외건설 전문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외국어와 해외문화에 대한 교육을 하는 세심함을 빼놓지 않았다. 기업들은 업무협약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졸업생들에 대한 채용에도 나섰다.

정부 역시 기숙사 신축, 실습 시설 설치, 해외 연수 지원 등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50여억 원을 지원해 왔다. 이밖에도 지속적인 해외현장 전문가 양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프라 공기업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등 국제기구 및 외교부 해외공관 인턴십 프로그램도 도입해 글로벌 청년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마이스터고 재학생이 해외 인프라 청년 인턴십에 지원할 경우 일정 수준의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100억 달러의 해외 인프라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 약 5년에 걸쳐 3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가 6년 만에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해외건설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지 53년 만에 누적 수주액 ‘80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과거 중동에 편중되어 있던 수주 지역도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해외건설 산업이 다시 세계 시장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는 젊고 실력 있는 건설인이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층의 건설산업 기피는 단순한 건설 인력 부족으로 끝나지 않고 건설 현장의 고령화와 숙련 인력 양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건설 인력 평균 연령은 48.5세에 달하고 40대 이상 비중이 다른 산업보다 20%가량 높은 80%에 달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젊은 건설기능인이 지금부터 착실히 역량을 키워 간다면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해외건설·플랜트 마이스터고가 리처드 세넷이 말한 ‘생각하는 손’을 가진 장인을 키워내는 전문가 육성기관으로 계속해서 성장해가길 바란다. 젊은 건설인 한 명 한 명이 마이스터로 우뚝 서는 그날 우리 대한민국도 건설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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