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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지상파 방송사 위기의 본질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여러가지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뉴미디어의 공격에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미디어)’가 약화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상파 위기의 본질은 정보(뉴스)와 오락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이 큰 힘이 없던 시절 종편이라는 이름의 케이블 채널들이 2011년 개국했다. 당시만 해도 “저들이 되겠어” 하는 반신반의 분위기였다. 4개의 종편채널중 하나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 3개는 MSO(종합유선방송업체)인 CJ헬로가 헐값에 사들여 정리될 것으로 예측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들은 지상파들이 잘못하고 있는 사이 정보와 오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채널A, TV조선, MBN은 뉴스와 시사 정보에 집중했고, tvN은 예능과 드라마라는 오락에 집중했다. JTBC는 양쪽을 다 잡으려 했다. 

물론 종편을 포함한 케이블 채널들이 잘 나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종편의 정파적 뉴스 과잉의 보도와, 막말, 왜곡의 막장적 시사토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지상파에서 종편으로 많이 옮겨간 것은 사실이다. 뉴스 시사는 종편을, 드라마와 예능은 tvN과 JTBC을 보는 사람이 늘었다. 이제 지상파는 수많은 채널 분포 위치상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상파가 잃었던 힘을 다시 찾는 길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객관적이지 않았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 예능은 과거 히트한 콘텐츠를 답습하고 있다. 드라마에는 실험정신이 결여돼 있다.

아직도 케이블 채널에 비해 지상파가 강한 시간대가 있다. KBS 주말드라마가 대표적이다. 주말 저녁 중장년 가족 시청층들이 굳건하게 충성도를 보여줘 시청률 4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은 좋았지만, ‘같이 살래요’ 와 ‘하나뿐인 내편’처럼 연속으로 진부한 드라마를 내보내면, 중장년층도 채널을 돌려 케이블 드라마로 옮겨갈 판이다. tvN이 처음에는 나영석PD의 ‘삼시세끼’나 ‘꽃보다시리즈’를 히트시키며 금요일 밤만 강세를 보였지만, 이런 추세라면 일요일 저녁의 주도권도 케이블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하나뿐인 내편’은 시청률은 30%대이지만 화제성이 약하고 유이가 최수종이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알게 되는 등 여전히 진부한 출생의 비밀 타령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tvN에는 AR 게임이라는 낯선 소재를 드라마와 결합시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JTBC에서는 상류층이 부와 권력을 세습시키기 위해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를 보여주면서 과도한 욕망의 속살을 드러내는 풍자극 ‘SKY 캐슬’이 각각 방송되며 시청자를 유입시키고 있다.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SBS 시사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상파가 강세를 보이는 몇안되는 시간대 프로그램이다. ‘그것이~’가 다른 시사다큐에 비해 롱런하는 것은 미스터리 추리방식을 사용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형 탐사보도를 하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나 영화를 보는 것 같고, 살인사건은 갈수록 진화하는 세련된 재연으로 미국드라마 CSI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정의감과 진정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지상파는 요즘 중간광고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한국 콘텐츠 시장에 점점 강한 공세를 펼치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Netflix)에 대한 규제를 요청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창립한 한국방송협회는 중간광고가 허용되야 한다고 말하는 일부 언론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보도자료로 보내고 있고, 넷플릭스 규제도 협회 이름으로 제안하고 있다. 지상파는 이미 변칙 중간광고격인 프리미엄CM(PCM)으로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상파는 중간광고 허용이나 넷플릭스에 대한 규제를 논하기 이전에 기본에 충실해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칭얼댄다는 느낌이 든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언론사에 보낸 ‘KBS의 도를 넘은 방만경영 사례’를 통해 KBS의 방만 경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지 않고 중간광고 도입 등 피해를 국민들에게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국 사람들을 상대하며 일을 하는 연예 매니지먼트 관계자나 드라마 제작사 직원, 그리고 가수, 배우들을 만나보면 “(지상파가)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고 말한다. 여전히 ‘갑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제 이들 관계자들은 스스로 ‘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상파는 모르는 듯하다. 지상파는 ‘갑질 충수돌기’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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