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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임강등무효…“음주운전 단속 못믿겠다”는 경찰관
경찰 자신들 음주엔 관대 비판
전문가 “기준 더 엄격해져야”


과거 음주운전으로 정직처분까지 받았던 경찰관이 다시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그러나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에도 해당 경찰관은 소청심사와 재판을 거쳐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경찰은 최근 ‘음주운전 엄벌’을 외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자신들의 음주에는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6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A경위는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이날 호프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A경위는 경기 광명시의 자택까지 직접 승용차를 운전했다.

경찰 단속 과정에서 측정된 A경위의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2%였다.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찰은 A경위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내부 조사 결과, A경위는 지난 2003년에도 혈중 알코올농도 0.089%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A경위가 재차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자 경찰은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A경위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현행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음주운전에 2회 적발된 경우에는 강등 또는 해임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소청에서 A경위의 처벌 수위는 해임에서 강등으로 약해졌다. 평소 근무를 성실히 한데다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이유였다.

반면, 검찰은 음주 상태로 3.5㎞를 넘게 운전한 A경위에 대해 벌금 150만원의 약식기소를 했다. A경위는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1심 재판부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정도가 약하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상황은 반전됐다. A경위는 “단속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A경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2부(부장 이오영)는 “A경위가 술을 마신 지 2시간30분 정도가 지난 시점에 단속에 적발됐다고 하지만, 단속 당시 알코올농도 상승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A경위가 처벌 기준치인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A경위는 이번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강등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는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결국 A경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다고 보고 처분을 내렸다 하더라도 0.05% 이상의 혈중 알코올농도라는 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경찰의 처분에는 오류가 있다”며 강등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모든 징계가 취소된 A경위에 대해 경찰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규정상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에 대해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현재 음주운전 기준을 0.03%까지 낮추는 법안이 논의 중이지만, ‘소주 반 잔도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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