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적자 인생-②빚쟁이들의 나라] ‘슬픈 청년층 가계부’…빚갚는 데 수익의 절반 이상, 가장 먼저 줄인건 ‘식대’
대학원생 이석우(29) 씨가 자신의 학자금 융자 상환 내역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여윳돈 웃도는 ‘학자금 융자’ 상환금
-수익 절반 ‘전세자금 대출 상환’에 할애
-청년 빚 상당수 ‘생계를 위해 마련한 것’


[헤럴드경제=사회팀] 청년층들은 빚을 갚는데 상당부분 수익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들이 진 빚은 학자금 융자와 주택대출 등,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선 져야만 하는 ‘필수적인 빚들’이었다.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서, 자신의 여가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였다. 굶거나 저렴한 학교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밥값을 아끼는 경우도 많았다.

▶알바로 한달 60만원…융자 때문에 알바 늘려요=‘동대문구에서 강서구, 이번에는 은평구.’ 광주가 고향인 대학원생 이석우(29) 씨는 최근 5년새 집을 세 번 옮겼다. 그가 가진 돈 전세금 6000만원에 집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가 살던 동대문구 이문동은 내년에 재개발,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집값이 상승해서 더이상 머무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포나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길까”도 고민했지만, 현재 재학중인 학교와 거리가 멀어진단 생각에 ‘탈서울’을 할 수 없었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행복주택에 입주하거나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 것은 학교 다닐 때부터 받아서 이제는 눈더미처럼 액수가 불어나버린 학자금 융자 때문이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는데도 장학금 받고 남은 금액들이 쌓이다보니, 액수가 수천만원 규모로 커져 버렸다.

그는 학원에서 주2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60만원 남짓한 돈을 번다. 그중 1만원이 학자금 융자금 이자로 나가고, 7만원 가량이 통신비, 월 5만원이 차비로 나간다. 현재 입주한 원룸의 관리비는 1개월에 1만원. 그리고 공과금이 3만원 가량이다. 그에게 남는 금액은 매달 40만~45만원 남짓이다.

이 씨는 “하루에 세끼를 다 못먹는다”면서 “점심과 저녁을 3500원짜리 학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루 1만원꼴로 식대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10만원 정도다. 그 돈으로 여가생활을 한다.

그런데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는 내년말부터는 매달 22만원씩 학자금 융자를 상환해야 한다. 그의 여윳돈이 넘는 액수를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대학원을 수료해도 논문준비와 추가적인 연구 일정으로 바쁠 것 같은데, 알바를 하나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직장인 윤진수(27) 씨가 자신의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에서 지난 27일 금액 입출금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살려고 받은 전세대출…‘은행은 냉대’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직장인 윤진수(27) 씨는 한달 180만원씩 급여를 받는다. 그는 100만원씩 저축을 하고, 남은 8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가 급여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자린고비 생활’을 하는 이유는 최근 월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받은 전세자금 대출 1억원 때문이다.

그는 받은 대출은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원하는 금리 1.2%인 대출 7000만원과 금리 4%대의 신용대출 3000만원을 동시에 받았다. 정부대출은 연봉의 3배정도만 나와서, 나머지 금액은 신용 대출로 해결해야했다. 100만원의 저축은 빨리 신용대출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내년까지 신용대출을 해결해서, 더이상 신용대출로 인한 이자를 내지 않는 것이 목표다.

빚을 갚고 남은 80만원의 금액은 생활하기에 빠듯한 금액이다.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가지면 하루 2만원이 훌쩍 빠져나간다. 돈이 없을 때는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서 남은 반찬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굶는다.

최근 친구 A 씨가 빌려갔던 돈 30만원을 갚았다. 하지만 곧바로 점심값과 커피값으로 1만8700원을 지출했다. 그는 “오랜만에 생긴 여윳돈인데 바로 돈이 빠져나가니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지난해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전년대비 704만원(41.8%) 급증한 2385만원에 달했다. 지난 2016년 1681만원으로 1000만원대였던 부채가 1년만에 껑충 뛰어버린 것이다.

대부분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세대들이 생계를 위해 마련한 빚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상당수는 고금리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지난해 대출 경험이 있는 청년층은 20.1%로 5명 중 1명이었는데, 이중 13%는 은행이 아닌 제2, 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