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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집단폐업’ 외치는 한유총…“정신 못차리나” 학부모들 분노
한유총 회원과 학부모 등 3000여 명(경찰 추산)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리 유치원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을 즉각 폐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유치원 폐원카드를 들고 나선 한유총의 집단행동에 학부모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한유총 회원과 학부모 등 3000여 명(경찰 추산)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유총은 이날 “박용진 3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개인 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3법은 크게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으로 구성된다. 한유총은 해당 법안 중 사립유치원에 국가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 유치원 설립자가 원장을 겸직할 수 없게 하는 내용 등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유총은 이날 ‘즉각 폐원’ 카드를 들고 나와 정부를 압박했다. 전국 4200여 개 사립유치원의 70%가 가입한 단체 규모를 앞세워 집단 폐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진작부터 학부모들에게 ‘폐원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경영난이나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유치원 문을 닫으려면 학부모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폐원 의사를 밝힌 유치원만 85곳이다. 이같은 행태에 학부모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학부모 일부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행동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같은 날 한유총 집회 장소 바로 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비를 설립자 개인이 함부로 쓸 수는 없다”며 “국회 교육위원회는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 개정으로 누리과정 지원금 지급 방식을 보조금으로 변경하는 데 집중하라”고 주장했다.

일부 외벌이 가정에서는 사립유치원의 행태에 반발해 당분간 아이를 홈스쿨링 하기로 결정한 학부모들도 등장하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 학부모 A(35) 씨는“큰 아이 유치원이 한유총과 함께 단체행동하면서 원아모집을 늦게 하는 모습에 정신 못차리는구나 싶더라”며 “이번달까지만 유치원에 보낸 후 다른 교육 기관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맞벌이 가정에서는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학부모 B(37) 씨는 “내년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야하는데 면담 연락조차 오지 않고 있다”며 “둘째를 낳고 아내가 얻은 육아휴직기간이 곧 끝나는데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셈”이라고 답답해 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폐원이나 모집 중지 사태에 대비해 인근 국공립 유치원으로 원아를 우선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맞벌이 가정에선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국공립은 사립 유치원에 비해 돌봄시간이 짧아 맞벌이 가정에서 이용하기 쉽지 않다. 통학버스가 없고 방학 기간이 다소 긴 점도 맞벌이 가정엔 걸림돌이다.

현장 혼란 속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유치원 3법 처리는 또 한차례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국회 교육위에서 유치원 3법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이 제출하기로 한 ‘자체 사립 유치원 법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심사가 미뤄졌다. 유치원 3법은 달을 넘긴 12월 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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