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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일하면 행복할까요?”…‘가동연한’ 두고 대법관 이색질문
대법원 ‘일할수 있는 나이’ 공개변론
고령취업률 증가 원인 논쟁서 나와


“선진국은 노후에 취미나 바람직한 활동을 하며 아름답게 삶을 마친다고 하는데, 65세나 70세까지 일을 하는 게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입니까?”

29일 대법원의 가동연한 공개변론에서 주심인 박상옥 대법관은 색다른 질문을 던졌다. ‘가동연한’은 노동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최후 연령을 뜻한다. 상해나 사망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산정의 기초가 된다. 이번 공개변론은 물놀이 중 사망한 4세 아동의 유족과 추락사한 49세 전기기사의 유족이 각각 수영장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을 다뤘다. 아동 사건 항소심에서는 가동연한을 60세, 전기기사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65세를 가동연한으로 판단했다. 가동연한이 늘어나면 그만큼 배상액도 클 가능성이 높다.

박 대법관의 질문에 원고 측 윤영식 변호사는 “오래 일하는 게 반드시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저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노령인구가)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특히 사회ㆍ경제적으로 약자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법관의 질문은 1989년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60세로 정한 뒤 지금까지 60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늘어난 원인을 두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고 측 노희범 변호사는 “2016년 평균 기대수명은 82.4세로 1989년보다 11.2세가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도 계속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동연한 유지를 주장하는 피고 측 김재용 변호사는 “최근 자녀의 혼인 시기가 늦어져 노령 인구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고령자 취업 상황을 보면 저소득 임시직이나 일용직이 많다”고 반박했다.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논쟁이 이어지자 민유숙 대법관은 “2000년에 비해 2017년 60세 이상의 취업률이 10% 이상 늘어난 이유가 건강증진 같은 자연적 원인인가, 아니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 변화 같은 인위적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인가”라고 물었다. 참고인으로 나온 신종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자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기도 했고 자녀 부양에 대한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년이 연장되거나 배상금 과잉 계산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특히 노동법에 해박한 김선수 대법관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심증을 내비쳤다. 김 대법관은 사회적 파장 때문에 가동연한 연장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피고 측에 “(정년이 연장되면)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옥형 변호사는 “청년과 노년 세대 간 (일자리) 갈등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대법관은 참고인인 최보국 손해사정사에게 “가동연한 연장이 청년 실업 증가와 연관이 있느냐”고 물었고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의 고용과 청년 고용은 배척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은 없다”는 답을 받았다. 김 대법관은 가동연한을 연장하면 자동차 보험료가 1.2% 인상될 거라고 말한 참고인 박상조 손해보험협회 법무팀장에게는 보험료 정기 조정률을 묻기도 했다. 박 법무팀장이 “동결한 해도 있고 3% 인상한 해도 있다”고 답하자 “그럼 1.2%가 큰 부담은 아니지 않느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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