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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한 전 대법관 검찰 출석…‘양승태 소환’ 마지막 수순
고개숙인 대법관...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 출석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
박병대 영장청구 여부 검토
양승태도 검찰 출석 초읽기


“법원행정처 행위로 인해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 누구보다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 위해 애쓰시는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이 23일 검찰에 출석했다. 고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9시 11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법관 탄핵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시느냐”, “수사정보 유출이 정당한 직무였다고 생각하시느냐” 등의 취재진에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앞서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을 3차례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2016년, 고 전 대법관은 2016~2017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구속된 임종헌(59·16기)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2014~2017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이 모두 조사를 받으면서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도 곧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고 전 대법관 조사를 마친 뒤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대면조사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공모자’로 기재돼 검찰이 구속 수사 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64·7기) 전 대법관도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 관여 정도가 깊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고 전 대법관이 법원 내 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방안을 검토한 배경을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6년 3월 고 전 대법관과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들 단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7년 1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구조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행사 축소 방안을 검토하라는 행정처 지시를 거부한 이탄희 판사가 인사조치되면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촉발됐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4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특정 판사의 채무관계를 파악하는 등 일선 법관 뒷조사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2015년 발생한 부산 판사 비위 사건에도 고 전 대법관을 비롯한 법원행정처가 사안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부산고법 문모 판사가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고, 정 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행정처는 대검찰청으로부터 문 판사의 비위사실을 접하고도 징계검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 판사는 별 문제 없이 사직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등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사안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고 전 대법관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 전 대법관은 이밖에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사건 편파 진행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사건 부당 개입 ▷헌법재판소 사건 기밀 유출 지시 등 다수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회에서 판사 탄핵 논의로도 번지고 있다.

23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이 징계를 검토 중인 현직 판사 13명의 명단이 유출돼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4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평판사 2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징계청구된 법관의 신상은 국회에 제공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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