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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산·골목길 ‘무단방치 차량’ 서울 한 해 1만대 ‘눈덩이’
매년 증가세…생계형 방치 많아

서울 양천구에 사는 고등학생 윤모(18ㆍ여) 양은 늦은 오후 집에 갈 때마다 골목길에 있는 무단방치 차량을 지나간다. 음침한 기운이 나돌아 근처를 지날 때는 긴장을 바짝한다. 윤 양은 “빈 차가 생기자마자 주변이 쓰레기로 가득 찼다”며 “차량 뒤편에 숨어 몰래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무리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빈 차가 매년 수백대씩 늘고 있다. 도시 슬럼화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그런데도 견인 외에 이 현상에 대응할 뚜렷한 방안이 없어 행정력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무단방치 차량(이륜차 포함) 수는 2015년 8536대, 2016년 8960대에서 지난해 1만406대까지 증가했다. 올해에는 1~6월 기준 4771대가 집계됐다.

자동차 관리법을 보면 일정장소에서 운행 외 용도로 쓰이거나 정당 사유없이 타인 땅에 계속 머무를시 무단방치 차량으로 간주된다. 서울에선 각 자치구가 처리 권한을 갖는다. 민원 혹은 순찰을 통해 무단방치 차량 여부를 확인한 후 10~15일 기한으로 소유주에게 자진처리를 안내한다.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시 최대 3개월까지 지켜본 후 견인하는 식이다. 자진처리 명령에 응하면 범칙금은 20만~30만원, 불응하면 100만~150만원이 부과된다. 버티면 검찰에 송치돼 벌금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시에 따르면, 통상 무단방치 차량이면 범죄와 연관되는 불법명의차량(대포차)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와 달리 대부분은 생계적 이유에 따른 선택이다. 금융기관에 손발이 묶였거나 자동차세와 각종 과태료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쓰레기 무단투기하듯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폐차가 귀찮거나 장기 입원ㆍ출장 등에 따라 버리는 일도 있다. 행정당국이 알아서 처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치구 관계자는 “경기가 나쁠수록 무단방치 차량도 느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에는 거의 다 회생 불가능한 노후차량이었지만, 요즘은 얼핏 볼 땐 멀쩡한 차량이 꽤 많은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무단방치 차량은 도시 미관 저해, 주차공간 부족 등 불편을 야기한다. 청소년이 숨어 술ㆍ담배를 하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쉽다.

종종 사건ㆍ사고와 연관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는 방치된 차 안에서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부패된 시신이 발견됐다. 같은 해 3월에는 경기 여주의 야산 공터에 있던 무단방치 차량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신이 나오기도 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분위기가 흉흉해지면서 최근에는 주민이 먼저 민원을 넣는 비중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무심코 연루됐다면 가능한 빨리 구청 안내를 따르는 게 최선”이라며 “버티기를 하면 전과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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