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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 “살해당할까 두렵다” 페미사이드의 진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어느 날 한 남성 친구에게 “남자들은 왜 여자들에게 위협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기를 비웃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했다. 애트우드는 일단의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우리는 살해당할까 봐 두렵다.”

여성혐오 살해, 페미사이드(Femicide)란 용어를 공적으로 처음 사용한 이는 미국 밀스 칼리지의 다이애나 E.H. 러셀 교수다. 1976년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소에서 여성혐오 살해에 대해 증언하면서다.

러셀은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할 위협 속에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십수년간 노력했지만 그닥 결실을 맺지 못헀다. 199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성폭력의 가장 극단적 형태로서 페미사이드를 알리고 자리잡게 하자는 뜻에서 40여명의 연구자들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로,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린다.

727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지은이들은 오래된 페미사이드의 역사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페미사이드가 인종, 계층, 문화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책에는 60년대 이후 급증한 여성혐오살인의 실태를 비롯, 그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페미사이드 범죄와 그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지은이들은 “여성에 대한 치명적이지 않은 성폭행까지 헤아린다면, 학대와 구타를 고문으로 인정한다면, 포르노그래피와 고어노그래피를 혐오문학으로 인식한다면”, 14~17세기 유럽에서의 마녀사냥을 통한 여성 박해 수준의 성차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80,90년대 주로 미국의 사례가 중심이지만 최근 여성혐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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