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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공사 ‘인사숙청’…핵심간부 결재 없었다
처장급 등 간부 28명 일선 퇴진
갑질·횡령논란 따른 문책성 조치
혁신차원이라지만…내부반발 극심
핵심간부 결재선 빼고 인사단행

“과거일로 현직자 떠나는 것 부당”
SH공사 “결재 안한 것 이유 몰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단행한 파격적인 물갈이는 내부의 극심한 반발 속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사 결재선에 있는 핵심 간부는 결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세용<사진> SH공사 사장이 강행하는 인사혁신이 ‘피의 숙청’ 논란으로 커질 조짐이다.

SH공사는 지난 21일자로 처장급 직원 14명 등 간부 28명을 일선에서 퇴진시켰다.

이들은 모두 전문위원직을 받거나 공로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내부에선 강등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는 결정이다. 지난 2014년에 발생한 공사 직원의 하도급사 갑질 문제, 2016년에 일어난 또 다른 공사 직원의 15억원 횡령과 공문서 위조건이 밝혀져 논란이 된 데 따른 문책성 조치다. 그간 관련 일로 시달렸던 김 사장의 분노가 노골적으로 담겼다는 분석이다.

다수의 SH공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번 조치를 두고 결재선에 있던 핵심간부는 나이로 퇴진자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따르지 않았다. 이에 SH공사가 그를 결재선에서 뺀 후 인사를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인사 소식을 접한 내부 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중 사실상 숙청자가 된 처장급 직원들은 반발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 대상인 처장급 직원 중 상당수는 최근에야 뒤늦게 논란되는 공사 관련 비위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잘못을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된 꼴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비위사건과 연결고리가 없는 이도 지금 처장급이란 이유로 불명예를 안게된 것 같다”며 “김 사장의 ‘꼬리 자르기’에 희생됐다고 토로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SH공사 관계자는 “모두 공정히 능력으로 평가해 살릴 사람을 살리는 게 진정한 인적쇄신 아니냐”며 “김 사장은 면피하기 위해 급히 포장만 하는 행색”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57세인 1961년생 처장급 직원 7명이 탄식을 내뱉었다고 한다.

인사 대상인 처장급 직원 14명 중 7명은 58세, 7명은 57세다. SH공사는 정년을 60세로 보장한다. SH공사는 또 시스템상 정년 퇴직 1년여를 앞뒀을 때 전문위원 임명, 공로연수 등 조치를 내린다.

이에 따라 현재 58세인 직원 7명은 예정보다 조금 더 빨리 변방으로 가는 모습이다. 문제는 57세인 직원 7명이다. 1년여를 더 일선에 있으면서 본부장 승진도 점칠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SH공사의 이번 조치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없었다면 현재 58세인 처장급 직원 중에서도 승진이 있었을 수 있다”며 “승진 체계를 무시한 처사를 이어가면 누가 공사를 믿고 일을 할지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61년생 이전 출생자는 부패하고 62년생부터는 깨끗한 것”이냐며 “회사가 말한 혁신과는 인사 기준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했다.

SH공사가 내부 반발 속 물갈이를 밀어붙인 건 서울시의회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김인제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구로4)은 최근 SH공사 행정사무감사를 마치면서 “SH공사 직원의 연이은 비위사건으로 공사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SH공사 쇄신을 위해 강력한 자체감사와 필요시 서울시 감사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이 이를 두고 자리 보전에 대한 압박감까지 느꼈다는 주장이다.

SH공사는 핵심 간부가 결재를 거부한 일, 그를 결재선상에서 뺀 후 사장 결재가 이뤄진 일 등이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 간부가 결재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으며, 인사는 전적인 사장 권한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SH공사는 또 이번 조치는 조직을 바꾸지 않고 갑질,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능력ㆍ성과 위주 인사제도 도입, 현재 10%에 그치는 여성관리자 비율을 2022년 내 22%로 확대 등 2단계 조치도 적용한다고 예고했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인사혁신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것”이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혁신해 시민이 믿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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